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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선 “개혁” 현장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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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선 “개혁” 현장선 “몰라”

입력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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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와 중소기업정책등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들이 요란한 발표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규정이나 관련기관간 이해다툼으로 시행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개혁의 허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두가지 현장사례를 묶어 보았다.<편집자주> ◎부처싸움에 벤처기업 ‘탁구공’ 신세/종합기술금융·기술신보기금 다툼에 배정받은 돈 못빌린채 자금난

서울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박모사장은 올해초 한국종합기술금융(KTB)으로부터 산업기반자금 4억원을 연리 6%의 조건으로 배정받고 보증서를 받기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으나 상담 1분만에 퇴짜를 맞고 말았다. 기술신보 담당자는 『KTB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며 면박을 주었다.

그래서 다시 KTB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기술신보의 보증서를 요구할 뿐이다. 양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탓에 박사장은 요즘 탁구공이 돼버린 느낌이다.

문제는 KTB가 관계법령이 바뀐 것을 핑계삼아 올해부터 기술신보에 대한 출연을 중단한데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KTB가 집행하는 자금은 기술신용보증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양측의 감정이 쌓일대로 쌓여 일반신용보증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특히 정부 정책자금은 배정후 6개월이내에 인출하지 않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박사장의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가뜩이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지원받기로 한 정부 정책자금마저 들어오지 않으니 당장 닥쳐오는 것은 극심한 자금난이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믿고 신기술 개발에 나선 중소기업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박사장은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럴 바에야 아예 정책자금과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책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최원룡 기자>

◎달러 들여오는데 증여세 내라고?/해외사업정리 국내투자 기업인 현지납세 증명없으면 ‘출처조사’

동남아에서 30여년동안 사업을 해 온 A회장은 최근 재정경제부등 관계당국을 찾아 세무상담을 했다. 동남아에서 연매출 8억달러 규모의 큰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동남아 사업중 일부는 자녀들에게 맡기고 일부는 정리해 국내에 투자하는 방안을 상의하기 위해서다. 오랜 객지생활을 청산하고 노후를 국내에서 보내고 싶은데다 환율이 높고 국내 기업의 가격이 많이 떨어져있어 기회가 좋다고 판단했다. A회장이 제일 궁금한 것은 외화를 들여올 경우 세금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것이다.

관계당국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동남아에서 들여오는 외화의 자금출처, 즉 현지에서 세금을 낸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금출처조사를 받아야하고 증여세(50%)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같은 과정이 생략되지만 A회장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투자자금의 출처를 입증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30여년동안 사업해 모은 돈의 출처를 모두 입증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당혹스러웠다.

A회장은 『외화유입을 권장해야할 때 세금을 물려 외화유입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며 당국에 협조를 부탁한 결과, 당국으로부터 『증여세 부과를 예외적으로 면제해줄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러나 A회장은 여전히 불안함을 지울 수 없어 자금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지금은 당장 면제받더라도 담당자가 바뀌거나 외화사정이 좋아질 경우 언제 조사대상이 될 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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