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래 베끼기 이젠 안통해/라이브시장 가장 위협적 “음반 10∼15% 잠식할것”40대 이상이 곧잘 부르는 일본곡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의 프로듀서 소마 가즈히코씨는 『표절을 일본이 트집잡을 경우 양국간 교류는 활발하지 못할 것』이라며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또 NHK에는 김연자나 계은숙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인기그룹 S.E.S나 젝스키스도 일본에 진출한다. 이런 「관대한」 일본에 대중가요시장을 개방한다는 소식에 접한 한국 가요·음반 관계자들은 개방순서와 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본력과 유통노하우를 통한 「하드웨어」나 저팬 팝을 필두로 한 「소프트웨어」 모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표절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은 자문화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명백한 표절에도 너그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개방 후엔 로열티 지불을 요구할 게 뻔하다. 적당히 베껴 인기곡을 제조해온 작곡자나 가수는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표절을 키워온 「폐쇄정책」이라는 유리온실이 없어지는 것이다. 개방의 이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베끼다보니 좋아지더라」는 것이다. 「일본맛 길들이기」의 함정에서 벗어나기에는 이미 가요계가 너무 많이 왜곡돼 있다. 10대그룹의 잇단 출현은 일본에서 80년대 초반 유행했던 소년대, 코코등 「차이돌」(차일드(아이)와 아이돌(우상)을 합친 신조어)스타의 유행을 뒤쫓아 가는 식이다. 한 풀 꺾였지만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확실한 실력에다 무대매너를 갖춘 일본 「비주얼 록」그룹 등 「재팬 팝」의 상륙은 라이브시장에 더욱 위협적이다. 국내에서도 10만∼30만장의 음반이 팔린 일본의 전설적 그룹 엑스 재팬을 이은 그레이, 라크 앤 시엘, TRF, 글로브, 서던 올스타스, 스맵, 쟈드, 미스터칠드런, 터피등은 라이브시장 공략의 선발대로 꼽힌다. 『인기여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경우 음반이 50만장 정도는 팔릴 수 있을 것』(2클립스 임기태실장), 『음반시장(97년말 도매매출 기준 2,500억원)이 개방되면 10∼15%는 잠식할 것』(일본계 P음반사 대표)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본은 직접 진출보다는 한국의 준메이저 기획사와의 합작, 독자 진출등의 수순을 밟아 라이브, 음반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엔터테인먼트시장으로 진출한 야쿠자자금의 국내 유입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요시장의 자생력과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실력있는 가수를 양산해내는 것이 급선무. 현행법에 금지된 클럽에서의 공연을 활성화해야 한다. 라이브공연장 역시 왜식(倭式) 그룹의 경연장이 됐기 때문이다. 철저히 시장논리로만 성장해온 가요계에 영화진흥공사식의 인프라 지원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재즈싱어나 퓨전재즈 밴드의 국내활동은 용인하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일본그룹의 활동은 금지하는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시장을 뺏기는 것이 바로 개방논리 아닌가.<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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