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IMF 개혁 프로그램에 충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120% 이행하고 있다』면서 경제성장도, 대외신인도도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한껏 추켜 세웠다. 즉 한국이 IMF의 최고 모범생이라는 말이었다.사실 국제금융시장내에서 한국은 아시아 위기의 「리트머스 페이퍼」로 불리우고 있다. 이 지역에 요구되는 개혁과 위기 극복의 선도자 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역할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유동성 위기의 주요인이던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을 위한 국제채권은행단과의 협상 및 상환 방법, 외국환평형기금 해외채권(외평채) 발행 등은 국제 금융위기 발생시 대처방안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국 중 처음으로 신규자금 조성을 위한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자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아시아 위기 극복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뉴머니」 유입의 필요성을 갖고 있던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당시 우리의 성사여부를 숨죽여 살펴 보고 있었다. 한국의 「성공」에 고무된 이들은 곧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심지어 IMF에 트집 잡기 일쑤이던 인도네시아도 지난주 뉴욕에서 우리의 외채조정협상을 본뜬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을 시작하며 「모범생인 한국 따라잡기」에 나섰다.
이런 점에서 캉드쉬의 칭찬은 일견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무언가 찜찜함이 앞선다. 이는 IMF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지난 총회에서 보듯 2차대전 후 출범한 IMF는 「자금이 하루 24시간 국경없이 넘나드는 시대」에는 적합치 않은 「전근대적 기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캉드쉬로서는 IMF의 공적을 극대화할 성과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그의 한국 칭찬에는 「거품」이 잔뜩 배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의 칭찬에 결코 도취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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