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시장 연계로 급락땐 담보대출 회수 불능 자금난심화 등 악순환 초래”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이후 5개월동안 토지가격은 전국 평균 7%, 주택가격은 10%정도 하락했다. 상가등 일부 급매물은 30%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여겨지던 고지가(高地價)문제가 해결되는 듯 하다.
그러나 급격한 지가하락은 반길 일만은 못된다. 오히려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금융시장과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대출의 40%는 부동산담보 대출이다. 97년말 금융기관의 총대출금이 530조원이므로 부동산담보 대출규모가 21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러한 여건속에서 부동산가격의 급락은 부동산담보 대출금의 회수불능사태를 초래, 금융기관의 부실을 심화시킬수 밖에 없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은 금융기관의 신규대출을 억제, 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실물경제 악화와 또 다른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어디선가는 끊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 각 분야에서는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과 기업개혁을 통해 자본시장과 산업구조가 바뀌고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토지등 부동산시장의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의 분야별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렇게 서민들을 울렸던 부동산투기도 이 땅에서 종말을 고할 수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도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과학적인 수익성 분석을 바탕으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대상이 되어야 한다. 투기적 동기인 자본이득(Capital Gains)보다는 투자적 동기인 부동산소득(Income)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금리수준과 같아야 한다. 현재의 고금리가 10%수준까지 떨어진다 하더라도 부동산투자 수익률(현재 5% 수준)이 금리수준인 10%까지 상승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은 적어도 50%는 하락해야 할 것이다.(부동산투자수익률=임대료등 부동산소득/부동산가격)
하지만 이러한 가격하락이 단기간내에 진행된다면 자산디플레이션과 복합불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적으로 하향시킬 수 있는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가격의 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부동산거래에 따르는 제반규제를 폐지, 거래를 촉진시키는 방안과 부동산시장 개방등을 통해 부동산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부동산시장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새로운 신용, 즉 유동성을 창출하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부동산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계부문의 소액투자자들을 모아서 부동산을 매입, 개발한 후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 주는 부동산투자신탁(REIT) 제도가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부동산 유동화(Assetbacked Securitization) 제도도 있다. 기존의 토지채권을 부동산의 운영수익과 연계하여 다양한 조건으로 발행하는 방안도 있다.
요즈음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적 의식전환이 요청되는 절실한 시점에 우리 경제가 서 있다. 타이밍을 놓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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