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이후 실직자 등의 한강대교 자살소동이 잇따르자 서울시가 급기야 교각에 다시 윤활유를 바르기 시작했다.95년 처음 등장했던 한강대교 자살방지용 윤활유(공업용 그리스) 칠하기는 한동안 자살소동이 줄어든데다 매연이 윤활유에 덕지덕지 붙어 미관을 해치자 지난해부터는 칠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4일과 이달 14일 체임근로자와 실직가장의 자살소동이 발생한데다 앞으로 늘어날 우려가 높자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서둘러 19,20일 한강대교 아치에 16ℓ들이 윤활유 177통을 칠했다.
한달에 평균 2∼3건의 자살소동이 일어나 극심한 교통체증까지 빚는 한강대교는 아치에 윤활유가 칠해진 95년 9월이후 1년간은 자살소동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치 8m지점 오르막 부분부터 위로 3m가량을 16㎜두께로 칠해 미끄럽기 때문에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한강대교 이외에도 최근들어 중년남성들의 투신자살소동이 잦은 원효·마포대교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중이나 난간 높이가 1.5m밖에 안돼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효대교 아래서 24시간 대기하며 인명구조활동을 펴고 있는 영등포수상구조대 황재국(黃在國·32) 반장은 『윤활유를 칠하는 것은 아까운 인명을 구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김호섭 기자>김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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