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만한 동기있으면 과감하게 불구속회사원 서모(42)씨는 지난해말 퇴근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2명과 시비가 붙어 폭력행위로 입건됐다.
담배를 피우던 이들을 꾸짖은 것이 화근이었다. 『학생들이 이런데서 담배를 피우면 되느냐』고 나무라자 이들은 『당신이 뭔데 상관이냐』며 대뜸 폭언을 하며 달려들어 폭행을 해 방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서씨는 이들과 함께 폭행 피의자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씨도 이들에게 수차례 얻어 맞았으나 이들이 전치 3주의 진단서를 첨부하는 바람에 영락없는 폭행범으로 몰려 300만원에 합의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일을 겪은 뒤 서씨는 『불의를 보더라도 참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씨의 경우처럼 의협심에서 비롯됐거나, 상대방의 도발에 의해 싸움이 시작된 경우 상대방의 피해정도나 피해변제 여부와 상관없이 관대한 처분을 받게 된다.
대검 강력부(임휘윤·任彙潤 검사장)는 20일 폭행사건 처리에서 당사자의 피해정도만으로 형사처벌 여부를 정하던 기존의 관행을 깨고 구체적인 폭행의 동기와 원인제공 여부 등을 따져 처벌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폭력범죄수사 및 처리지침」을 전국 검찰에 내려보냈다.
이 지침은 앞으로는 폭행사건에서 당사자간 합의나 병원 진단서에 의존하지 않고 폭행의 동기나 경위 등 잘잘못을 따져 처벌여부를 가리도록 했다.
특히 상해진단서의 기재내용이 불분명하고, 상해발생일로부터 상당기간 지났거나 피해자 주장에만 의존하여 진단서가 발급된 경우 등 진단서 내용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진료기록부와 진단서 발급의사를 조사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폭행사건 처리에서 폭행을 말리거나, 일방적인 폭행을 방어하기 위한 경우도 예외없이 폭행 피의자로 처벌했으나 앞으로는 납득할 만한 동기가 있으면 과감하게 불입건, 불구속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폭행전과가 있거나 폭력을 유발한 때는 엄히 처벌키로 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