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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지말라(다이어트의 허와 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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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지말라(다이어트의 허와 실:2)

입력
1998.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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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쌓이는 불만 과식·과음 삼가하려면 주위 간식거리 없애고 운동 등 취미생활 즐겨야요즘 한국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과거에 비해 2∼3배 가량 늘어난 것같다. 그동안 체중조절을 잘했던 사람들도 스트레스에 따른 폭식등으로 비만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많다.

1년 전 클리닉에 왔던 회사원 김모(42)씨는 절주와 식사조절, 운동을 통해 지난 해 가을쯤에는 체중이 줄고 간기능도 회복됐다.

그러나 IMF이후 스트레스가 쌓여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서로 위로하다 보니 거의 매일 술자리가 이어졌다. 주량은 스트레스에 비례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클수록 몸 속으로 들어오는 알코올의 양은 늘어만 갔다. 속이 거북해져 동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간기능이 위험수위였고, 몸무게는 7㎏이나 불어난 상태였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중풍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건강해야 가족도 돌볼 수 있다는 절실함이 느껴져 다시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주부 박모(38)씨는 결혼 전만 해도 몸매에 자신이 있었다. 날씬하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아이 둘을 낳고 나니 뱃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임신 때 텄던 살이 줄어들기는 커녕 불어나는 체중과 함께 더욱 위세를 부렸다. 게다가 남편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푸는 바람에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남편은 다툴 때마다 『살부터 빼라』고 신경을 건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살을 빼려고 굶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자제하고 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로 떠나고 텅빈 집안에 앉아 있자니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에라 모르겠다, 열받는데 먹기나 하자. 박씨는 찬밥과 남은 반찬, 고추장 한 숟가락을 큰그릇에 쏟아 넣고 배가 터져라 먹었다. 마치 내기라도 하듯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우고 나니 허전한 마음이 다소 가라앉았다.

이렇게 먹고 나면 포만감은 바로 졸음으로 이어져 한바탕 낮잠을 자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좌절감, 후회가 밀려온다. 스트레스로 시작된 폭식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고 체중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씨는 폭식이 자꾸 반복되고 스스로 조절이 안되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떨어져 살이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김씨나 박씨처럼 과음, 과식, 폭식으로 연결돼 살이 찌는 사람도 있다. 불행히도 살이 찐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먹게 된다. 살을 빼기 위해 절제하고 억압했던 식욕이 스트레스에 의해 폭발적으로 반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단 자신의 심리상태를 잘 조절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과식이나 과음으로 이어지기 전에 다른 스트레스 해결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먹을 것에 손이 가지 않도록 집안 청소나 정리를 하고, 영화감상이나 볼링과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게 에너지 측면에서 훨씬 이롭다. 무엇보다 먹을 것이나 술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박혜순 울산대 의대교수·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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