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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와 고속철/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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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와 고속철/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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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대통령이 64년 서독방문때 사통팔달의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보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결심했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여론의 반대와 정부내의 신중론을 물리치고 한해 예산의 20% 이상을 건설비로 쏟아넣은 고집도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업비 책정을 위해 정부기관 4곳과 현대건설에 소요예산 산정보고서를 내게 했던 일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최근 출간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보면 67년 박대통령 지시에 따라 제출된 각 기관의 공사비 판단은 건설부 650억원, 서울시 180억원, 재무부 330억원, 육군 공병감실 490억원, 현대건설 280억원이었다. 불도저 시정으로 유명하던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정부기관의 판단이 모두 업자보다 높다. 무엇보다 주무부인 건설부가 2배로 판단한 것이 재미 있다.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 당 도로건설비를 근거로 한 재무부 판단과 태국에서 고속도로 건설경험을 가진 현대건설의 판단을 절충하고, 10%의 예비비를 얹어 330억원으로 결정했다.

68년 2월1일 착공된 공사는 3년도 채 못되는 70년 6월30일 428㎞ 전구간에서 끝났다. 순시 나온 대통령의 자동차 보다도 작업차량에 통행우선권을 주었던 일화가 상징하는 철저한 현장 우대책과 난공사 구간인 대전­대구 터널공사장의 밤샘 돌관작업이 이룩한 기적이다. 가장 싸게 가장 빨리 공사를 끝낸 것이 자랑만은 아니다. 그러나 신념에 넘친 리더십과 치열한 개척정신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같은 구간에 고속철도를 놓는 사업은 최종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엊그제 프랑스에서 전동차부터 들어왔다. 노태우 대통령시절 착공된 노선공사는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앞당겨 들어온 전동차는 중앙선 간이역 구내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느림보 운행연습을 하게 된다. 같은 나라에서 하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사업이 왜 이리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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