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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남북 상호주의(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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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남북 상호주의(社說)

입력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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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회담이 1주일간의 절충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결렬로 끝났다. 기대를 걸었던 이산가족들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겨준 것은 더할나위 없이 유감스럽고 가슴 아픈일이다.회담 결렬의 책임은 대남(對南)자세를 바꾸지 않는 북한측에 있다. 북한은 「비료문제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제의한후 회담에 나왔으면서도 비료문제 외에는 논의할 수 없다는 억지를 부렸다. 성과가 여의치 않자 일방적 결렬 선언과 그 책임을 남쪽에 떠 넘기는 자세도 여전했다.

특히 북한은 비료지원은 「인도주의 문제」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문제」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회담에 참석한 것 자체가 남쪽에 대한 양보라는 엉뚱한 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곤 『자주성을 훼손하면서 까지 비료를 구걸할 생각이 없다』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만남이 왜 정치문제인가. 또 이산가족의 소망을 들어주고 비료를 받아가는게 어떻게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은 「쌀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비료만 받아 챙기겠다는 얄팍한 속셈으로 일관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가지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은 양측 대표들이 회담기일을 연기하는등 그나마 인내심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의 회담에서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우리측이 끝까지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백번 옳은 자세였다. 지금까지의 남북회담은 우리의 한건주의에 따른 일방적 양보가 북한의 경직된 회담자세를 부추겨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시기 명시라는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측의 상호주의는 남북관계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회담의 새로운 룰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남북대화가 중단되었지만 정부는 이를 조속히 복구할 조바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번 회담에서 보인 북한측 자세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남북대화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위해 정부는 앞으로 회담에 임하기전 북한측이 들고 올 여러가지 제의와 목적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분석을 토대로 대남분야에서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다방면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협력이 시급한 쪽은 북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남북회담에서 항상 낭패를 당한 것은 서둘렀기 때문이다. 서서히, 그리고 다양한 대응책을 만든후 북한을 회담장에 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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