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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TV시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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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TV시사평)

입력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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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그려줄까 현실을 잊게해 줄까”/IMF 드라마 딜레마20일 오후9시55분 첫 방영을 앞두고 시사회를 가진 SBS 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는 IMF시대의 드라마가 처한 딜레마를 잘 말해준다. 중소기업인의 좌절등 어려움을 보고 함께 울 것인가, 감각적인 내용으로 잠시 현실을 잊고 위안받을 것인가.

호텔메이드 신은경(선주 역)이 투숙객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놓이는 첫 장면부터가 무척 자극적이다. 검사시보 감우성(인규 역)이 조직폭력배 거물을 임의동행하고자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또 어떤가. 감우성은 직속상관인 검사의 동의도 없이 수사관조차 대동하지 않고 싸움실력만 믿고 용의자 검거에 나선다.감우성이 조직폭력배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는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긴박감이 스며 있었다.

이렇듯 감각적인 흐름은 중소기업인 동명전기사장 이정길(김강재 역)이 등장하면서부터 180도 뒤집어진다. 동명전기장면은 3파장전구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고도 수입품에 밀려 상품화에 실패한 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었다. 기름때 묻은 이정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소비자들이 잘못됐어! 외제만 좋아하고. 우리 시장을 기필코 되찾아와야 해!』라고 외치는 장면은 우리 경제구조의 모순에 대해 절규하는 듯했다.

최현경 작·공영화 연출의 「바람의 노래」는 감우성 이창훈 신은경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젊은이의 꿈과 사랑에 앵글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의 애환도 다루겠지만 너무 무겁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는 제작진의 의도대로 드라마는 일단 시선을 끌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신중한 균형잡기가 필요하다. 형이 죽자 돌연 기업을 맡게 되고(이창훈)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검사직을 포기하는(감우성)등 줄거리가 극단적인 인생의 부침을 담고 있는 만큼 지나친 과장과 선악의 대결은 불필요해 보인다. 1부에선 아직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세 주연의 연기변신도 요구된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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