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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전세값 폭락 12조 증발 “가계자금 꽁꽁”/전세 大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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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전세값 폭락 12조 증발 “가계자금 꽁꽁”/전세 大亂

입력
1998.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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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전세금 못돌려줘 반환분쟁 잇따라/가계흑자파산→주택시장 붕괴→부실채권 급증/금융과 실물이 함께 복합불황 비화조짐전세값 폭락이 심각한 가계자금 경색을 유발, 가계의 파산과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물론 기업 금융 정부까지 마비시키는 전세대란으로 발전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7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값이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이후 전국적으로 10% 폭락하면서 전세시장이 마비되는 한편 전세금 반환분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전세시장에 유동성자금을 지원, 전세자금의 경색을 시급히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조원이 문제다=주택은행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체 전세자금 규모는 128조원상당으로 추산된다. 주택은행의 전세값 동향에 따르면 IMF이후 전세값은 전국적으로 10.4%(서울 14.2%) 하락했다. 따라서 3월말 현재 전세규모는 116조원으로 IMF이후 12조3,000억원 줄어든 셈이다. 또 전세계약은 대개 2년이고 이사철은 봄과 가을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구의 평균 25%가 올해봄에 이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전세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려면 올해 전체 전세규모의 4분의 1인 29조원이 움직여야 된다. 그런데 문제는 폭락한 부분. 전체 폭락분 12조3,000억원의 25%인 3조가량을 궁극적으로는 집주인이 전세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경기위축과 고금리, 부동산거래 위축 등으로 집주인이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3조원이 29조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왜 심각한가=현재 전세값 폭락은 전세시장 마비로 나타나고 있다. IMF한파이후 불과 3개월동안 전세가가 전국적으로 10%이상 폭락하면서 전세계약을 바꾸려는 전세입주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이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전세분쟁이 급증하고, 전세자금이 돌지 않는 바람에 가계자금이 경색되고 있다. 실제 2월 한달동안 전세보증금 반환 등과 관련된 각종 가압류 신청건수는 1만9,200건으로 IMF체제이전보다 약 60%가량 급증했다. 집이라는 큰 자산이 있는데도 이보다 규모가 적은 부채(전세금)를 해결하지 못해 파산하는, 가계의 연쇄 흑자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더욱 얼어붙어 부동산가격의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고 주택·건설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기업의 연쇄부도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이같은 가계와 기업의 파산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급증으로 나타나 금융과 실물이 함께 내려앉는 복합불황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막힌 곳을 뚫어라=국토개발연구원의 박헌주(朴憲注) 토지연구실장은 『전세가격 폭락은 기업 부동산 가격 폭락과 함께 복합불황의 두 「뇌관」』이라며 『막힌 곳을 뚫어 가계의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들이 주택을 담보로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대출해주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이를 보증하거나 주택관련 금융상품을 담보로 한 대출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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