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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화’ 때문에 한글전용 하자니…/박광민(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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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화’ 때문에 한글전용 하자니…/박광민(발언대)

입력
199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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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자 6면 발언대 조석환 평택대 교수의 글을 읽으며 어문정책 광정(匡正)을 위한 논의를 「고리타분한 논쟁」 정도로 폄(貶)해 보는 시각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국어문제는 단순한 컴퓨터 기술이나 코드화 등의 지엽(枝葉)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글전용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지적(知的) 사고력 저하와 어휘력 빈곤, 언어의 흉포화, 가치관의 혼란 등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이다.조교수의 지적처럼 타자기와 같은 문자처리의 기계화 초기단계에서는 한자가 기계화의 걸림돌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컴퓨터의 등장은 한글과 한자, 로마자는 물론 일본어까지도 타자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은 한글의 한자 변환기능에 이어 단어변환 기능까지 개발해 한글과 한자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길을 무한대로 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 연구소에서는 한글 입력없이 한자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한자 한 글자당 평균 타수(打數)는 1∼4개로 평균 2∼4개인 한글에 비해 입력 속도도 별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

컴퓨터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사람이 필요한 지식을 인지(認知)·습득하는 데 있는 것인데 컴퓨터 문자코드화라는 논리 속에는 한글 전용의 교묘한 복선(伏線)이 깔려 있어 국어문제의 본질과 진실이 오도될 염려가 있다. 자동 번역시스템에서는 오히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풍부한 어휘능력과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68년부터 한자교육을 다시 시작한 북한은 우리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고등중학 1학년부터 대학졸업까지 3,000자(字)를 가르친다고 하는데 우리는 한자교육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여망을 외면한 채 아직도 실패한 한글전용을 두고 소모적 논쟁에만 매달려 있다. 망가진 국어를 바로잡자는 논의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존망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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