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까지 몰려온 IMF 예술의전당 올 예정작 상반기엔 고작 두편뿐/더 큰 문제는 손님 不在 그나마 대부분 공짜관객/‘성악가들의 집안잔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한국오페라가 위기다. 48년 「춘희」(라 트라비아타) 공연으로 시작된 한국 오페라사는 올해로 50년을 맞았지만 잔치기분이 아니다. 박수길 국립오페라단장등 성악가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오페라 50주년 축제기념위원회는 18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80여명의 성악가가 출연하는 대규모 갈라콘서트를 연다. 음악평론가 한상우씨가 한국오페라 반세기를 정리한 책도 나온다. 그러나 오페라공연 자체는 IMF체제의 영향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오페라를 해도 손님이 없어 고전한 지는 오래 됐다. 축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씁쓸한 축년이다.
오페라의 위축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바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여기서 공연될 작품은 「라 트라비아타」와 「원술랑」두 편 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는 같다지만 5∼6편씩 올라가던 예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 없는 오페라극장을 뮤지컬과 악극이 차지, 오페라극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하반기에는 8편이 예정돼 있지만 이중 민간오페라단이 대관을 신청한 6편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더 큰 문제는 오페라에 손님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극장,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3개 공간에서 공연된 오페라는 12편으로 이중 7편은 유료관객이 입장객의 절반도 안됐다. 객석점유율 58%에 80% 이상을 공짜손님으로 채운 공연도 있다.
올해들어 오페라극장에 오페라는 한편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악극 「눈물젖은 두만강」(2월3∼15일), 뮤지컬 「명성황후」(2월25일∼3월19일),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3월27일∼4월12일) 공연이 이어졌다. 「눈물젖은…」과 「명성황후」는 각각 5만명 가량이 관람했고 유료관객 비율이 입장객의 77%와 83%를 기록하는 인기를 끌었다.
오페라는 돈이 많이 드는 장르여서 어느 나라고 재정적 뒷받침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대극장 오페라 한 편에 적어도 3억원 이상 든다. 제작비 건지기도 힘든 판에 공짜손님이 더 많은 공연을 계속해온 것은 기업협찬 덕분이었다. 민간오페라단은 거의 전적으로 협찬에 의존해왔으나 IMF 때문에 기업에 손 벌리기도 어렵게 됐다. 오페라공연은 국립오페라단과 시립오페라단을 제외하면 30개가 넘는 민간오페라단에 의해 유지돼왔다. 그나마 5∼6개 정도가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존폐기로에 서 있다며 국가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은 『한국오페라가 살 길은 공연의 질을 높이는 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오페라상품론」을 거론하며 『관객은 냉정하다.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게 물건을 만들면 팔린다』고 주장한다. 관객이 없다고, 사회적 지원과 인식이 부족하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먼저 관심를 끌 만한 매력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협찬으로 만들면서도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엔그린」,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17세기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처럼 공들여 만들어야 하는 고전은 한번도 올리지 않은 것이 한국오페라의 현주소이다.
이 때문에 한국오페라는 성악가들의 집안잔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실력보다 학맥 인맥에 따른 나눠먹기식 배역, 대학교수들의 실적 때우기식 출연등에 대한 뒷공론도 많다. 이런 식이니 공연의 품질을 보증할 수 없고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오페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전력을 다할 수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이만큼 해온 것도 어디냐』는 반론도 있다. 그들은 여러 편의 오페라가 연중 가동되는 극장 레퍼토리 시스템이나 연중 몇달이라도 시즌제가 정착되면 오페라가 바로 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관객이 외면하는 부실한 무대로 그때를 기다리기란 난망이다.
재정적 열악함을 감안하면 한국오페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많은 성악인들의 열정이 오늘이 있게 했다. 이제는 도약할 때다. 관객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어렵던 시절에도 오페라는 무대에 올랐다. 한국 오페라 50년은 반성의 해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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