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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향기/박주현 변호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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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향기/박주현 변호사(1000자 춘추)

입력
199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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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저마다 지닌 향기도 다르다. 한 사람의 인생역정이 얼굴에 드러나 있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삶의 원칙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저 사람에겐 이것만은 꼭 지키고 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있을까, 그게 무엇일까가 궁금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어보곤 한다.시사평론가 정범구박사는 삶의 원칙이 「멋있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안목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멋있게 살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개그맨 이경규씨는 「아는 척 하지도 않고 억지로 끌어당기지도 않으면서 성실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법륜스님은 「매일매일 즐겁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사회운동을 하는데에서조차 욕심을 버리고 마음이 행복해져야 흔쾌히 남을 돕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가수 안치환은 「내 노래에 대한 자긍심이 사라지면 노래를 그만두겠다」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노래는 의미가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셈이었다. 학구적인 모습의 이인용앵커는 삶의 원칙이 무어냐는 질문에 선뜻 「정직하자, 균형감각을 갖자」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인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맞춤한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의 원칙은 「겸손하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다. 사적으로는 너그럽게, 공적으로는 단호하게 살자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하긴 요즘같이 하루하루를 살기 어려운 시대엔 「힘들어도 죽지 말자」는 사회적인 약속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때이른 라일락 향기가 봄밤을 가득 채우고 있다. 프랑스제의 고급향수도 그 향기를 따라갈 순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사는 이들에게서 풍겨나오는 향기는 난초의 향기와 같이, 라일락의 향기와 같이 은은하고도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그 향기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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