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백화점식 아닌 특성화 추진”/대학원중심大-실무중심 학부로 이원화/과외는 수요줄이기 제도개선에 역점/‘가고싶은 학교’‘즐거운 학교’ 되게할터취임 두달째를 맞은 이해찬(李海瓚) 교육부장관은 업무파악과 교육개혁안 구상 등으로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혁성향이 강한 정치인 출신인 그가 취임했을때 교육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으나 일단은 안팎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장관을 만나 교육계 전반의 개선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대담:박진열 사회부장
업무파악은 다 끝내셨습니까.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큰 가닥은 잡았습니다. 취임후 워낙 일정이 빠듯하다보니 아침에 출근해서 집에 갈때까지 혼자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30초도 안됩니다. 아침에 오늘 할 일을 메모하지 않고 나오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버립니다』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는게 시급한 과제인데요.
『지금 우리 대학은 학부차원의 경쟁을 하고있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맞는 고급인력을 배출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직업교육도 제대로 하지못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이제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중심대학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력을 배출하는 직업교육 중심의 학부로 이원화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학간 서열화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같은 구상을 가급적 빨리 추진할 생각입니다』
대학원중심대학 추진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텐데요.
『대학원중심대학의 기본 모형은 기초학문분야의 학부과정은 통합하고, 법학·의학·경영학 등 고도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분야는 학부에 두지않고 전문대학원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학부진학만을 위한 현행 입시과열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중심대학을 집중육성하기 위해서는 말씀하신대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다각적으로 재원조달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것을 사회간접자본(SOC)으로 간주해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민정부에서도 법학·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시도하다 무산됐지 않았습니까.
『문민정부때는 이 문제를 정부 주도의 일방적 형식으로 진행해 관련단체와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이처럼 중요한 사안은 정권 초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재원에 대한 대책도 없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장관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하반기에 논의를 본격화할 생각입니다』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매겨 공개한다고 했는데.
『언론에서 잘못 얘기된 부분이 있는데 등급화를 한다는 것이 아니고 평가를 한다는 겁니다. 물론 항목에 따라서는 순위가 매겨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등급을 매기기 어려운 분야도 있을 겁니다. 대학평가는 단순한 계량적평가가 아닌 질적인 평가를 의미합니다. 평가를 기초로 한 예산지원을 통해 대학교육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백화점식으로 돼있는 대학을 특성화하자는 게 기본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발전가능성 있는 분야가 보인다면 지원을 통해 그 분야를 집중육성토록 한다는 거지요. 기본방향은 학사위주의 평가, 대학원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을 구별한 평가입니다. 또 평가결과를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기업에 제공할 생각입니다. 국내 컨설팅회사의 경우 방대한 규모의 평가를 해본 경험이 적고, 외국회사는 경험은 풍부한데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수능을 자격고사제로 한다든지, 수능급간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습니까.
『현재 다양한 방안을 실무진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능자격고사제나 급간제 도입은 수능과는 다른 전형방식이 개발돼야 가능합니다. 다른 고유한 방식이 있으면서 그것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나름대로의 다양한 전형방식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럴 경우 적용대상을 현재 고등학생부터 할 것인지, 아니면 중학생부터 할 것인지도 충분히 검토돼야 합니다』
과외단속 기준이 애매해 혼란이 생기고 있는데.
『과외를 전면적으로 단속한다는 게 아닌데 좀 잘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입시과외수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경제위기로 가계사정이 어려운데도 고액과외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든지, 아니면 본고사가 부활될 거라며 과외를 부추기는 사례가 있어 그것을 엄단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과외수요를 줄이는 제도개선에 역점을 두고 단지 분위기를 해치는 과외를 억제하자는 게 기본취지입니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입시에서 유리하도록 하신다고 했는데요.
『면접이나 논술에만 적용할 수도 있겠고 내신이나 수능에서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더 논의가 필요합니다. 기본방향은 그렇게 잡고 있는데 구체적인 전형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더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객관성이 담보돼야 하고 대학마다 차별성도 있어야 합니다. 교육부뿐만이 아니고 전형을 해야하는 대학들에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고 그 것이 새로운 과외수요를 유발하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가고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많습니다.
『최근들어 열린교육이 많이 확산됐습니다. 이런 교육방식이 제대로 되려면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이하로 적어야 하고, 특히 교사들의 이해와 열성이 필요합니다. 예비교사들이 교육대학에서부터 이런 방식을 훈련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교사들이 견학할 수 있도록 하거나 열린교육 홍보의 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일부 교사들의 촌지수수로 대다수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데요.
『촌지문제는 일부 특정지역의 일부 교사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전교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촌지를 받는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촌지는 학부모의 개인적 이기주의에다 학교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돼 투명성을 갖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교개방을 유도, 학부모와 지역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면 교직사회가 투명해지고 밝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개혁의 관건은 교사개혁이라고들 하는데 교직사회에 경쟁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구상은 있습니까.
『교원들의 변화없이는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교직사회는 교원자격증제도와 65세 정년보장 등으로 조직이 경직돼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교사와 학부모에 의한 교사평가제와 능력과 업무성과를 반영하는 성과급제, 교육인력구조 개선 등 교원인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정리 이충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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