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청와대해킹사건으로 유명한 김재열(金材烈·28)씨가 공무원(사무관)으로 특채됐다는 보도가 전해진 13일. 강남에 있는 한국정보보호센터의 한 팀장은 일손을 놓은 채 『올해는 일이 많이 터지겠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보보호센터는 국가전산망의 보안을 책임지는 해킹전담연구기관. 이곳의 한 연구원은 『컴퓨터해킹은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범죄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다니…』 대학시절 건전한 해커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도 『사회가 컴퓨터해킹사건에 관대하고 범죄를 저지른 해커를 우상화한다면 젊은 컴퓨터 고수들의 모방범죄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탄식했다.
김씨의 특채는 전문성을 살리려는 정부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갈수록 폐혜가 커지고 있는 「컴퓨터범죄」를 정부 스스로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정부가 「컴퓨터범죄」는 공무원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희한한 「논리」를 만들어낸 점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컴퓨터실력을 발휘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수많은 잠재해커들에게 범법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범죄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보안업체 관계자는 『천재 은행원이 고객계좌의 돈을 빼돌리다 구속된 사건이 터졌다고 칩시다. 만약 경제부처에서 이 천재 은행원을 고객보호를 위한 정책 담당 사무관으로 뽑는 일이 가능합니까』
10일 오전 홈페이지가 2시간가량 음란물로 채워지는 해킹을 당했던 한국PC통신의 관계자는 14일 용의자 2명에 대한 추적자료를 검찰에 넘겨놓고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잡혀도 범인이 처벌을 받을 것 같습니까. 「제2의 김재열」을 만들어 낼 뿐입니다』 컴퓨터고수가 필요하다면 건전한 해커를 뽑아써야한다. 정부가 앞장서 크래커(나쁜 목적을 갖고 해킹하는 해커)를 채용한다면 「정보화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만 짙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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