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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표밭가고… 공무원 줄서러 가고… 지방행정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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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표밭가고… 공무원 줄서러 가고… 지방행정 ‘실종’

입력
199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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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자체선거 아직 50일前지자체선거(6월4일)가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행정이 거의 실종상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이 너나없이 재선행보에 정신이 팔려 업무는 뒷전이다. 특히 단체장은 3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공무원들은 단체장의 눈에 들어 순탄한 공직생활을 보장받기위해 줄서기에 바빠 지금 지방행정은 총체적 공백상태다.

재출마하는 단체장들은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표」를 찾아다니느라 자리를 비워 결재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도 단체장에 출마하기위해 의원들이 대거 사퇴한데다 남은 의원들도 재선운동에만 몰두, 행정감시기능은 마비됐다.

재선을 노리는 단체장들은 시정설명회, 행사참석 기회 등을 빌려 사실상 선거운동에 나섰고 일부 단체장은 유권자들과의 접촉기회를 늘리기 위해 행사일정을 앞당기거나 새로 행사를 만들기도 한다.

전남 모시장은 최근 실시된 민방위교육장에 30여회 참석했다가, 모지사는 직원과 가족 생일에 축하카드와 함께 도서상품권을 보냈다가 선관위의 경고 등을 받았다. 이같은 행태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전국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치적과 포부를 소개하는 저서 출판기념회의 초청장을 발송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던 모 광역시장은 방송사가 주관하는 노래자랑대회에 참석하려다 기초단체장측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단체장들의 재선행보와 맞물려 편가르기로 인한 조직의 위화감까지 초래하고 있다. 특히 50년만의 정권교체로 이같은 양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상당수의 단체장들이 소속정당을 바꾸었고 유력후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공무원들은 현 단체장과 유력후보중 누구를 택할지 저울질하는데 온 신경이 쏠려있다. 남보다 먼저 「충성서약」을 해야 선거이후 논공행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구여당에서 신여당으로 바뀐 모 광역시의 경우 일부 고위간부들이 시장당선을 위한 물밑작업을 해 빈축을 샀다. 이들은 시장의 사조직과 연계해 시장대신 각계와 접촉을 하거나 그동안 소외됐던 단체 등을 무마하고 있다. 경기 S시장과 간부 7명은 시장과 가까운 시청직원 99명과 모임을 가졌다가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단체장들은 요직등용과 승진 등을 약속하고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경기 K시는 최근 인사를 하면서 핵심요직인 총무과장에 영순위로 꼽혔던 인물을 배제하고 의외의 인물을 임명, 선거를 의식한 인사라는 반발을 샀다. 대전 모구청은 최근 인사에서 현 구청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4명의 사무관 승진예정자를 4개월 앞당겨 발표, 대전시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행정공백의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강덕기(姜德基) 서울시장직무대리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완된 공직분위기를 질타한 사실이 방송으로 나간뒤 전국에서 격려전화가 시장실에 쇄도했다는 사실은 지방행정 실종의 정도를 잘 대변하고 있다.<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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