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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개방 타협점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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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개방 타협점은 어디인가?

입력
199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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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개방박두’ 분위기속 “문화에 숨은 일본주의 경계”/반대론자 목소리 여전히 높다『간단한 이치다. 문화는 흐르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다르다. 상대가 일본이다』

끊임없이 논란이 계속돼 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제 이 문제가 21세기를 앞둔 문화전쟁의 시대에 비껴갈수 없는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에 따른 우호무드가 고조되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 국가 경계가 무력해 지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더욱 그렇다. 일본문화개방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현안중 하나이다. 80년대 초부터 이슈화하기 시작한 이래 시기상조론이 앞서 그때마다 잠복을 반복해 왔지만 한일양국간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사실 문화의 국경이 허물어진지는 오래. 한국예술학교 김우옥 연극원장은 이를 『안방에 누워서 일본은 물론 전세계 각국의 대중문화를 즐길수 있는 문화 세계화』라고 설명했다. 김원장은 대표적 개방론자이다. 그를 포함한 개방론자들은 『이런 시대에 문화쇄국주의를 고집하자는 것인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이제 거두자』라고 입을 모은다. 요즘 문화계 뒷골목은 「일본문화 개봉 박두」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다. 현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방침에 고무돼 이에 대한 대응도 분주한 움직임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탈선과 자살을 다룬 일본소설 원작 영화 「실락원」의 수입계약이 발빠르게 이루어 지는가 하면 한 재벌회사가 일본의 연예 프로덕션사와 영화공동제작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수십명의 음반기획자들이 일본가요수입을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타는 반대편에는 일본의 대형음반사 관계자들이 이미 일본가요의 국내직배시장을 노리고 트랩을 내려 서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개방정책만이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문화의 건강성도 유지시킬수 있다』 중앙대 이상철 교수(신문학)는 『일본문화를 막는답시고 빗장을 걸어 잠그니까 오히려 저질 하수구문화만 흘러 들어와 우리 문화를 더욱 오염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말한다.

이에 맞서는 반대논리. 『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를 국가간 문화교류라는 원론에서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오류이다』 상대가 다름아닌 일본인 만큼 양국관계의 특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게 일본은 우리의 민족문화를 말살하려 했고 수많은 조상을 살육한 적이 있음에도 자신의 죄과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다. (최근 37개 애국단체가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개방 결사반대 성명서의 일부) 반대론은 계속된다. 문화는 단순히 전자제품처럼 무표정하게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다. 정서와 영혼의 상징이다. 한국근대사에 커다란 질곡을 안겨줬던 왜색문화를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화 뒤에 가려진 「일본주의」의 정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동걸 국민대 교수(한국사)는 『요즘 일본은 경제적 침투와 함께 문화적으로도 세계를 지배하려는 그들의 군국주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론의 또한편에는 우리 문화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이 따른다. 당장 국내 문화산업에 미칠 파괴력을 걱정하는 소리이다.

타협점은 결국 단계적 개방이다. 아무런 대책이나 유예기간없이 곧바로 빗장을 열어 국내 문화산업이 초토화될 가능성을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는 우리의 미래산업으로 가꾸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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