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와의 회담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일본문화 개방, 일왕의 방한까지 내다보는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이뤄나가자고 일본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문화계에서는 일본문화의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아직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한일 양국의 역사적 관계, 어업협상, 독도영유권 문제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문화의 개방은 엄청난 국민의식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한국문화가 일본문화의 홍수속에 쇠락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개방에 동의하는 쪽에서는 이미 일본문화가 안방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건강한 일본문화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문화와의 경쟁을 통해 한국문화가 보다 한단계 성숙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나는 두가지 주장이 다 일리가 있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세를 떨치고 있는 일본문화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단계적이며 점진적인 개방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문화의 개방은 이제 찬반 논쟁거리가 아니다. 이미 개방되어 있는 「상품」인 것이다. 만화 음반 영화 컴퓨터오락등 다양한 일본 대중문화상품이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꾼들에 의해 「밀수」되어 있고 그 상품들은 은밀하게 유포되는 동안 과장되고 신비화해 청소년들을 미혹시키고 있다.
지금은 이미 터진 물꼬를 억지로 거스르려고 애쓰기보다는 소용돌이치며 밀려드는 흙탕물을 어떻게 정화시키고 보다 깨끗한 물을 들여오느냐 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그리고 그 물길에 휩쓸려 익사할 지도 모를 한국대중문화를 살려 나가기 위한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막강한 일본의 문화자본력과 싸워나가기 위한 우리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각계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일본과의 소리없는 문화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