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집 마당가에도/살아 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뭔가 있구나 싶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좀 더 들어보자.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보았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이제야 알겠다. 아 광주.세상이 변한 것인가, 사람이 변한 것인가. 정태춘의 새 곡 「5·18」이 MBC, SBS방송심의를 통과했다. 다른 방송보다 심의가 다소 까다로운 불교, 기독교 방송에서는 「불가」판정을 받았지만 메이저 방송사에서 이런 노래가 「방송가(可)」 판정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콘서트를 가지면서 「정치색 없는 노래를 원하는」 대중의 곁으로 돌아왔던 그였지만 마음에 맺힌 광주의 숙제를 이번 음반에서 결국 풀어냈다.
「5·18」이 수록된 음반은 정태춘·박은옥이 함께 만나 노래를 부른지 20년을 기념, 최근 발매한 7집 앨범 「정동진 건너간다」에 수록됐다. 사실 노래 「5·18」의 충격에는 못 미치지만 두 사람은 이 음반에서 또 새로운 일을 했다. 78년 데뷔 이후 줄곧 남편의 노래만을 불러온 박은옥이 이번에는 「외도」를 했다. 「노찾사」출신의 윤민석씨로부터 노랫말이 고운 「들국화」, 「소리없이 흰눈은 내리고」를 받았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나이들어 더 고운 박은옥의 목소리가 잘도 어울린다.
지난해 11월 IMF시대에 돌입하던 시기에 정태춘이 만든 「건너간다」는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고 시대를 말하고, 80년대를 추억하는 「정동진」은 최성규와 조동익이 편곡한 색다른 맛의 두 곡을 모두 수록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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