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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는 ‘샤일록의 愚’/朴聖相·전 한은 총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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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는 ‘샤일록의 愚’/朴聖相·전 한은 총재(특별기고)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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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산·실업증가 금융기관 동반부실 저금리로 전환해야”문학의 거장인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돈은 없지만 젊고 패기에 찬 창조적 기업가가 샤일록과 같은 고리 대금업자로부터 돈을 빌어서 창업하려다 고금리로 인해 도산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고리 대금업의 부도덕성을 「베니스 상인」이라는 작품으로 부각시켰던 것이다.

샤일록의 부도덕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중의 하나인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탄생했던 것이다. 영란은행은 지폐인쇄비에 약간의 마진을 붙인 「저금리」로 시중은행들에 통화를 공급함으로서 자본이 없어도 창업열정을 가진 기업가들에게 생산증가와 고용증가로 나라를 부유케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금리 악덕철학은 미국 시카고학파의 실질금리이론에 의해 샤일록의 고금리가 옳다는 변호로 변질됐다. 기업으로부터 고금리를 징수해서 돈부자에게 100∼1,000%의 불로소득을 안겨줌으로서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거리를 해메게 하는 남미형 경제침체가 구소련까지 침투했다.

셰익스피어의 저금리 철학을 이어받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고금리 해독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2.2%, 독일 4%, 미국 5%, 영국 6%의 저금리 정책으로 국민경제의 건전화를 기하고 있다.

개도국 중에서 시카고학파의 주장을 외면한 싱가포르,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는 저금리 정책으로 자국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전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국의 3∼5배의 고금리를 유지해온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한국은 IMF의 신세를 지게되는 불건전 경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는 금리 즉 자본의 값도 생산에 코스트 푸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빠져있다. 그 이유는 서구세계가 샤일록과 같은 피해를 없애기 위해 2∼3%의 저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금리가 생산원가에 점하는 구성비가 1­2% 이하여서 무시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잘못은 금리를 높이면 자금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10조원의 빚이 있는 기업이 미국처럼 5%의 금리는 500억원 금리를 7%의 이익금 700억원으로 부담하면 되는데 30%의 금리는 3,000억원을 700억원 이익으로 지불할 수 없어 2,300억원을 더 빌려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자금수요는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고금리일수록 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경제학이론에는 없다. 남미의 과거 3,000%의 인플레도 이 때문이었다.

기업이 도산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도 부실화해서 무너진다는것은 당연하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연체금리 35%를 적용하고 있다. 마치 샤일록이 돈을 빌린 기업가의 가슴살을 도려냄으로서 그 기업가는 죽고 원금과 이자도 못받게 되는 형국을 보이고 있으니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대기업 구조조정 지연을 이유로 국내 고금리 옹호세력들이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루 만명의 실업자가 그 가족까지 합해서 4만명이나 생계를 잃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를 우리나라 처럼 금융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금리 자유화」를 한 나라는 없다. 대출자금의 공급량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정책으로 결정하는 것이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 처럼 IMF와 협의해서 한은법 절차대로 그리고 여타 금융업법대로 금리를 단계적으로 신속히 인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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