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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화의 빈곤/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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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화의 빈곤/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1000자 춘추)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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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인근 경기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줄곧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유학기간을 제외하고 이제까지 지방생활의 경험이라곤 방학시간을 이용한 여행이 고작이었다.그러다 부산에 처가를 두게 되고 첫 딸을 그곳에서 낳게 되다 보니 자주 부산에 머무르게 되었다. 부산의 일상생활 또한 서울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지방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대단히 취약한 것에 적잖이 놀랐다. 프로 스포츠와 영화의 상영이 그나마 지방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의 대부분이라면 지나친 평가일까.

각종 공연과 전시회는 물론 대다수 문화행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문화의 빈곤은 지난 600년간 한양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중앙 집중의 오랜 역사적 산물이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중앙에로의 소용돌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나라건 정치적 경제적 교육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를 중심으로 문화 또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독 우리사회에서 수도의 문화 집중도는 너무 지나치다.

그 무대를 서울로 하고 있는 TV드라마들을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 보니 과도한 중앙 지향의 문화에 서글픔까지 느끼게 된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 등 지방문화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중심과 주변을 나누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그릇된 이분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금, 여기」라는 구체적인 현장을 소중히 해야 한다.

최근 서서히 지방자치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적 자치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자치를 이룰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 또한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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