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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진달래 꽃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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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진달래 꽃바다’

입력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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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다도해·하늘을 배경삼아/수만그루가 한폭의 풍경화/인근엔 충무공의 유적지산이 불탄다. 따사로운 봄햇살에 더 힘을 얻은듯 연분홍 불길이 온 산을 삼켰다. 소금기 머금은 눅눅한 해풍을 타고 불길은 산등성이와 계곡으로 번져간다. 여천공업단지를 끌어 안고 광양만을 굽어보며 우뚝 솟은 전남 여수시 영취산. 국내 최대 진달래군락지로 이름높은 이 곳은 온통 진달래불꽃으로 덮였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한 폭의 풍경화. 5∼20년생 수만 그루가 연출하는 밝고 화사한 모습은 붓을 쿡쿡 찍어 그린 인상파의 점묘화같고, 강렬한 이미지는 굵은 선을 거침없이 구사한 이대원 화백의 연작 「농원」을 보고난 뒷맛이다.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스무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지열에 들뜬 산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오세영의 「진달래꽃」중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시샘이었을까. 지난해 이맘때 이 일대에는 큰 산불이 났다. 불은 산정상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등 수만평을 태웠다. 습기를 좋아하는 속성 덕분에 진달래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파노라마의 현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임도(林道)를 따라 3km쯤 오른후 등산로를 타고 정상에 서야 한다. 밋밋한 오솔길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드디어 진달래 밀집지역. 어른 키만한 진달래꽃과 눈을 맞추며 이리저리 헤집다 보면 별안간 갈대숲으로 바뀐다. 불탄 자리를 재빨리 차지해 흉칙한 모습을 감춰준 갈대의 순발력이 놀랍고 기특하다.

올망졸망한 산들이 연꽃처럼 둘러싸고 있는 영취봉은 자못 의연하고 기품이 있다. 영취산은 부처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차타산을 달리 일컫는 이름. 정상에서는 여천공단과 남해의 크고 작은 섬까지 한 눈에 잡힌다.

서남쪽 중턱에는 임진왜란때의 승병훈련소로 유명한 호국사찰 흥국사가 있다. 만발한 꽃들을 양편에 거느리고 도솔암과 봉우재를 거쳐 도량으로 내려가는 길이 풍성하면서도 한가롭다. 절에서는 아치형 석교인 홍교(보물 제563호)와 석가여래의 법회를 그린 후불탱화(보물 제396호)를 만날 수 있다. 온 가족이 움직여도 산행은 3시간이면 족하다.

영취산에서는 충무공유적지와 다도해의 절경이 멀지 않다. 전라좌수영의 본영(本營)으로 쓰던 진남관(鎭南館·보물 제324호), 선조가 이름을 지어 현판을 써내려 보낸 충민사(忠愍祠·국가사적 제381호), 거북선을 건조·수리했던 선소(船所·국가사적 제392호)등에서는 충무공의 체취가 느껴진다. 수군의 훈련장이었던 오동도에서는 193종의 희귀수목과 기암절벽, 최근 개관한 관광식물원을 즐길 수 있고 돌산도에는 최고의 일출장관이 연출되는 향일암이 있다.

절정으로 치닫는 봄, 훌쩍 지나갈 이 봄에는 충무공의 애국혼이 깃들인 여수 앞바다와 큰 뜻이 참꽃으로 피어난 영취산 등성이로 가보자.<여수=최진환 기자>

◎가는 길/17번 국도 타고가다 흥국사쪽으로

서울­여수 항공편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0편이 있다. 열차편(전라선)은 하루 12회 운행하는데 여천역에서 내려 흥국사까지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속버스는 40분정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항공편은 1시간, 열차편은 6시간 소요.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에서 순천인터체인지로 진입,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주삼동에서 좌회전한 후 흥국사쪽으로 빠진다.

◎먹을거리/장어탕·서대회·아구찜 유명

향토음식으로는 구수하고 얼큰한 장어탕, 매콤한 서대회비빔밥, 풍성한 아구찜이 좋다. 서대회는 구백식당(0662­62­0900) 복춘식당(〃62­5260), 장어탕은 여흥식당(〃62­6486) 칠공주식당(〃63―1580), 아구찜은 산골식당(〃42―3455) 따봉식당(〃63­0176)등이 유명하다.

◎돌산 갓김치도 맛보세요/연하고 맵지않아 인기

여수시가지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해안도로(국도 17번)를 따라 20분쯤 달리면 나지막한 산에 편하게 안긴 마을이 나타난다. 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읍이다. 요즘 갓수확철을 맞은 주민들은 밭으로, 김치공장으로 바쁘게 오가고 있다.

약 1,800㏊에 이르는 밭에서 거두는 갓은 하루 25톤 정도. 농협직영 가공공장등 3곳에서 김치로 담근다. 돌산갓이 유명한 이유는 다른 지역의 갓과 달리 매운 맛이 덜하고 연하기 때문. 병충해가 없어 농약을 뿌리지 않는 것도 자랑이다. 지난 해에는 국내외에 350톤을 판매, 약 1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요즘도 포장된 갓김치가 하루에 10톤 트럭 3, 4대씩 팔려나가고 있다.

포장김치값은 △300g 1,500원 △500g 2,500원 △1㎏ 5,000원 △3㎏ 1만3,500원 △5㎏ 2만2,500원. 전화주문(0662­44­2185)이나 농협 내고향특산물 통신판매를 이용하면 된다.

◎다른지역 진달래 명소

봄이 오면 우리나라 전국 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꽃이 진달래다. 주로 산자락 음지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유독 심한 꽃샘추위와 비바람으로 개화기가 늦어져 남쪽은 4월10일께부터 만발하고 경기지방은 중순이 지나야 절정을 이룬다.

서울 근교 진달래 군락지로는 경기 이천시 도드람산과 성남 청계산이 있다. 특히 이천시가지에서 10㎞ 정도 떨어진 도드람산은 중턱일대가 꽃으로 덮여 장관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발길이 적다. 청계산은 군데군데 무리지어 피어난 꽃이 볼만하다.

경남쪽에는 화려한 군락지가 많다. 제일 유명한 곳은 창녕 화왕산. 임진왜란때 홍의(紅衣) 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이끌고 왜적과 싸우던 화왕산성 주변과 능선일대 30만평에 의병들의 충혼이 붉은 진달래꽃으로 피어난다. 마산 무학산은 암미봉과 학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펼쳐진 군락지가 마산을 둘러싼 합포만, 남해와 어울리며 절경을 이룬다. 창원 비음산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축성한 진례산성의 4㎞ 성벽주위를 온통 진달래가 장식한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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