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7일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예전 취로사업 성격의 「한강변 제방축조」사업이 눈길을 끈다. 강동대교 주변의 가래여울마을에 3.5㎞의 제방을 쌓는 일이니 만만치 않은 규모다. 서울시는 굴삭기 등 중장비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실업인력」으로만 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능한한 실직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충정」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한편의 코미디가 연상되는건 어쩔 수 없다. 계획대로라면 이제 한강변에서 사람들이 까맣게 모여 등짐을 지고 삽질을 하는 원시적인 풍경이 펼쳐질 참이다.실소하고 지나칠 일이 이것만은 아니다. 최근 각 부처마다 연일 쏟아내는 실업대책이라는 것들의 상당수가 이런 식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나 재원마련 방안도 없이 마치 아이디어 경쟁을 하듯 「기발한」 실업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실효성이나 국부(國富)로 연결시키는 문제는 생각할 수 도 없다. 한강변 제방축조사업과 같은 공공근로사업이 실업대책 중 가장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도로변 쓰레기줍기, 황소개구리퇴치, 자율방범, 활주로 잡초제거 등…. 그러나 이마저도 실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공공근로사업 희망자 접수마감일을 불과 이틀앞둔 8일까지 전국적으로 신청자가 3만명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무슨 일을, 언제부터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신청자와 『나도 잘 모른다』며 답변하는 창구직원과의 입씨름이 곳곳에서 연일 벌어진다.
실업대책은 실업자 구제책과 다르다. 아무리 실직자들의 생계를 위한 것이라해도 「투입」과 「산출」의 경제원칙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다. 도산위기에 빠진 유망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고용을 유지, 창출하고 경제적 이익도 도모하는 식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직자들은 사회적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원한다.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진정한 실업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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