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못다부른 亡夫歌’ 책으로 同行합니다/부인 함정임 소설 ‘동행’ 함께나와『그들은 우리 앞에 어떤 세상이 열리든 간에 소외에서 벗어나지 못할 군상일뿐이다. 어색하더라도 그 곁에 내가 가서 서 있으면 안될까』
이 말처럼 소설가 고(故) 김소진(1963∼97)의 문학관을 잘 드러내주는 말도 없을 것같다. 김소진이 서른넷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1년이 됐다. 22일이 그의 1주기다. 생전 늘 어색해서 수줍어하는 소년 같았던 모습의 그는 한편으로 이렇게 소외된 인간군상 곁에 서 있겠다는, 분명한 자신의 문학의 자리를 갖고 있었다.
1주기를 맞아 부인인 소설가 함정임(34)씨와 친우들이 찾아 펴낸 김소진의 산문집 「아버지의 미소」(솔 발행)는 생전에 소설에서는 미처 다 펴보이지 못했던 김씨의 인간적 면모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들의 모음이다. 산문과 습작기에 썼던 미발표 소설·시, 각종 매체에 썼던 서평과 인물탐방기, 대담을 한 곳에 모았다. 또 소설 「동행」에서 망부가(亡夫歌)로 김씨의 투병기를 썼던 부인 함씨는 김씨와 함께한 시간을 그린 8편의 소설을 묶어 소설집 「동행」을 같이 냈다.
김씨의 산문에는 그의 소설작업의 출발점이자 지속적 화두였던 「아버지 찾기」의 근원이 된 가족사와 성장과정이 눈물겨울 정도로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가 90년대 우리 문단에서는 희귀한 「리얼리스트」로 꼽히는 이유가 된 글들이다. 『지치고 상처 입은 이들의 깊고 가없는 삶과 꿈의 언저리에 손톱만큼이나 가 닿을 수 있을까.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좋은 얘기를 쓸 각오를 다질뿐』. 작가들부터가 위태한 줄도 모르고 너도나도 허망한 거품을 올라타고 앉아 있었던 90년대에 김씨는 이런 각오로 소외된 자들의 입을 대신해서, 독자들을 괴롭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썼던 것이다.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 계간 「한국문학」에 썼던 권두언은 마치 IMF이후의 현실을 미리 내다본듯하다. 「이 갈급한 시대에 왕도가 있을까… 다만 그 혼돈 속에서 흩어진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주섬주섬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문학이 아닐까」<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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