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작은 카페에서 자작곡 등 노래발표회 가져/“곧 음반도 낼겁니다”「환갑 진갑 다 지낸 나이에」라고, 나이많은 이들의 세상 살 만큼 살았음을 다소 이죽거리는 말이 있지만 소설가 이제하(61)씨에게는 이 말이 통할 것같지 않다. 올해 진갑이 된 이씨가 가수로 데뷔했다. 제1회 「학원」 문학상을 받은 고교생 스타시인에서, 조각·회화 전공 미술학도로, 소설가로, 영화평론가로 변신해온 이씨의 또 다른 출발이다. 이씨는 5일 저녁 서울 대학로의 카페 「나무요일」에서 「이제하 노래발표의 밤」을 가졌다. 통기타를 치며, 가수 뺨치는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자작시에 직접 곡을 붙인 8곡과 「세노야」 「나뭇잎 사이로」를 열창했다. 이씨는 곧 음반도 낸다. 우선 비매품으로 500장 정도만 찍을 생각이라지만 찾을 사람들이 많을 것같다.
스무평 남짓한 카페는 이씨의 자식뻘 되는 젊은이가 대부분인 청중 50여명이 자리를 꽉 메운채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소설가 김채원 이혜경 신경숙 조경란씨, 시인 김정환 이진명 황인숙 정은숙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씨는 자신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에 삽입됐던 곡 「빈 들판」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서정주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을」을 부르고는 『미당에게 허락도 안 받고 해서 야단 안맞을까 모르겠다. 언제 찾아가 말씀드리겠다』며 청중을 웃겼다.
그는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에는 경쾌한 멜로디를 붙였다.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다/…/아아 밀물처럼 온몸에 스며 흐르는 노곤한 그리움이여」. 청중은 『고교 1학년때 이 시로 학원문학상을 타고 두달동안 하루 스무통씩 전국의 여학생에게서 팬레터가 왔다. 이때가 내 인생의 절정기였고 이후는 내리막길이었다』는 이씨의 익살에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서울친구」가 시인 유경환씨라고 소개했다. 서정주시인의「꽃밭의 독백」에 곡을 만든 노래를 부를 때는 랩을 넣어 흥얼거리기도 했다.
이씨는 『음반을 내겠다고 하자 집사람은 알츠하이머병 걸린 사람 보듯, 대학4학년인 딸은 환생해온 돈키호테 보듯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검버섯 핀 얼굴에도 기타를 퉁기며 열창하는 그는 그러나 역시 「타고난 예술가」였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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