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연극홀스또메르/유인촌·송영창 등 연기력 발군
연극 작품상을 받은 「홀스또메르」(극단 유)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장터연극형식으로 공연한 러시아작품을 번역, 고전의 깊이있는 주제와 대중적 양식의 조화를 꾀한 작품이다. 잘 달리는 말 홀스또메르와 주인인 공작의 삶을 병치시켜 삶의 부침 속에서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를 강조한다.
홀스또메르로 출연한 유인촌과 공작 역 송영창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어서 자칫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작품을 흐트러짐 없이 끌어가고 있다. 이밖에 방은진 권성덕등이 균형을 잡아주었고 코러스 연기자들은 철저한 훈련으로 숙달된 말 연기를 보였다. 신선희의 상징적인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연출자 이병훈씨는 10년 전부터 이 작품의 무대화를 꿈꿔 왔으나 규모가 방대하고 오랜 연습을 요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았다. 그의 숙원이 제작자 유인촌을 만나면서 현실화했다. 그러나 힘겨운 준비과정에 비해 개막 당시 관객의 반응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유인촌대표는 공연때의 안타까움이 이번 상으로 모두 해소됐다는 표정이다.
아쉬운 점은 러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형식적 특성(아코디언 바이올린등 악사의 연주·노래를 극과 결합시킨 점)이 원형 그대로 우리 관객에게 소화되기에는 무리였다는 사실이다.
극단 유는 95년 창단하자 마자 「문제적 인간 연산」으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받은 후 벌써 두번째 수상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출발단계부터 대형 고전물에 치중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TV달팽이/내면묘사·따뜻한 영상 돋보여
백상 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 수상작인 SBS 「달팽이」(극본 송지나, 연출 성준기)는 불륜을 소재로 한 미니시리즈이다. 유부녀와 청년의 사랑, 유부남과 처녀의 사랑. 더욱이 그 은밀한 사랑을 즐기는 유부녀와 유부남이 서로 부부지간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16부작인 드라마는 4부씩 하나의 소제목으로 묶은 옴니버스형식을 취했다.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주인공 4명의 서로 다른, 그러나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자전적 이야기인 셈이다. 제1부 「아내의 남자」는 자동차 사고의 충격으로 11세짜리 지능수준에 머문 20대 꽃집청년 동철(이정재)이 주인공. 동철은 30대 주부인 윤주(이미숙)에게 반해 매일 그에게 꽃을 배달하는 등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펼친다.
제2부 「아내」는 윤주의 관점에서 동철과의 사랑을 파헤친다. 저능아 동철의 구애를 귀찮아 하지만 어느덧 그 사랑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는 윤주. 남편(이경영)에게 다른 여자(전도연)가 생긴 걸 알고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어 제3부 「남편의 여자」는 여상을 졸업한 경리과직원 선자(전도연)의 관점에서, 제4부 「남편」은 하루하루가 따분한 경리과장 병도(이경영)의 관점에서 각자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드라마는 이러한 불륜과 사랑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시청자 감성에 호소하는 연출법과 연기자들의 열연으로 거뜬히 극복했다. 「모래시계」이후 인간 내면의 묘사로 방향을 바꾼 작가 송지나씨의 힘, 「옥이이모」에서 확인된 성준기 PD의 따뜻한 영상미가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된다.<김관명 기자>김관명>
□연출·감독상
◎연극홀스또메르 이병훈/10년 준비… 연극의 힘 보여줘
이병훈(李炳焄·46)씨의 수상작 「홀스또메르」는 그의 연극 인생에 큰 의미를 지닌작품이다. 10년 전 희곡을 처음 보고 감동한 나머지 울었다. 언젠가 꼭 공연하리라 별렀으나 무대와 배우 수준 등 여러 여건 상 우리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판단, 일단 접어뒀던 꿈을 마침내 이룬 것. 『이런 작품을 할 수있다면 연극에 인생을 바치는 게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게 가벼움 위주인 요즘같은 때일수록 인간을 성찰하는 연극이 필요합니다. 홀스또메르가 그런 작품이지요. 「내 얘기 같다」며 울고나가는 관객들을 보면서 아직 죽지않은 연극의 힘과 연극인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인 그는 83년 「안티고네」로 데뷔, 1년에 1∼2편씩 10여편을 연출했다. 다작은 아니지만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이번이 네번째. 89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비롯해 극평가그룹특별상,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았다. 최근 그는 연극에 목숨 바칠 각오가 된 젊은 배우들을 모아 연구·교육·공연을 병행하는 연극공동체를 추진 중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영화블랙잭 정지영/에로틱 스릴러로 3년만에 건재과시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어버리는 척박한 한국의 영화풍토 속에서 정지영(鄭智泳·53·순천향대 연영과 교수) 감독의 감독상 수상은 의미가 크다. 94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이후 3년만의 연출작 「블랙잭」으로 그는 지난해 대종상 감독상과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을 받아 「중견의 건재」를 알렸다.
『「블랙잭」은 제 영화연출 방향에서 또 한번 변화를 추구하려 했던 작품입니다. 에로틱 스릴러란 그 자체로 매력 덩어리죠. 현대 사회에서 남녀의 사랑이란 결국 성적인 것으로 진실해지며 육체를 통해 세상과 대화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영화 「오발탄」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를 보고 영화에 매료된 정감독은 82년 스릴러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했다. 그후 방향을 선회, 「남부군」(90년) 「하얀전쟁」(92년·제5회 도쿄영화제 작품·감독상 수상) 등 메시지가 강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권오현 기자>권오현>
□시나리오·극본상
◎영화넘버3 송능한/연출도 맡아 흥행·작품성 두토끼 사냥
『막상 시나리오만 쓸 때는 상을 못받다가, 쓰고 연출까지 한 작품으로 시나리오상을 받았습니다. 새삼 대본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넘버 3」의 작가이자 연출자인 송능한(宋能漢·39) 감독은 오랜 기간 시나리오를 써 온, 기본기가 탄탄한 신인 감독이다. 서울대 사대 불어교육과 출신으로 영화동아리 얄라셩에서 영화공부를 시작했다. 조정래 원작의 「태백산맥」(임권택 감독)을 각색했고, 94년 「이남자, 58년 개띠」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대상을 받았다. 연출 데뷔작인 「넘버 3」로 흥행과 평가에서 두루 성공한 그는 요즘 98년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군상의 이야기를 영화로 구상중이다.<권오현 기자>권오현>
◎TV새끼 박정란/‘울밑에 선 봉선화’ 이후 2번째 영광
지난해 설날특집극으로 방영된 SBS 「새끼」로 백상 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을 수상한 극작가 박정란(朴貞蘭·57)씨는 91년 KBS1 일일극 「울밑에 선 봉선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수상.
『20여일째 외출도 못한 채 집필중인 SBS 주말드라마 「사랑해 사랑해」때문에 수상을 기뻐할 틈도 없다』는 그는 『고생하는 대가로 주는 상으로 알고 고맙게 받겠다』고 밝혔다. 68년 KBS 단막극 공모에 「잉태」가 당선, 극작가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KBS1 「들국화」, SBS 「고백」「곰탕」등 다수작품을 집필했다.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김관명 기자>김관명>
□신인연출·감독상
◎연극굿모닝 체홉 이성열/현대감각 무대언어 모색
『현대감각의 무대언어를 모색하는 작업을 마흔살까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굿모닝 체홉」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이성열(李聖悅·36)씨는 작품지향은 뚜렷하고 제작비는 최저한도인 소극장 실험극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세대연극반 출신이며 임영웅(산울림 대표) 조연출로서 정극수업을 거쳐 96년 극단 백수광부를 창단했다. 수상작의 내용과 제목을 바꿔(「놀랬지 체홉」) 2일 연극실험실에서 개막, 사실주의 극작가 체호프를 비사실주의 양식으로 다루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70∼80년대보다 연극이 다양하지 않다』는 그는 새로운 연극개척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일상에 눈길주는 대기만성형
『첫 작품으로 처음 받는 상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각별합니다』 신예 허진호(許秦豪·35) 감독의 수상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작품상, 여자연기상 등 주요부문상을 받아내 단순한 신인감독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3년간 대우전자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뜻한 바」 있어 92년 뒤늦게 한국영화아카데미(제9기)에 들어가면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94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내 생각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도와준 스태프에 감사드린다』는 그는 『앞으로 일상, 시간, 사랑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권오현 기자>권오현>
◎TV신데렐라 이창순/생활속 느낌을 극에 원용
드라마 「신데렐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MBC 이창순(39)PD는 약간 쑥스러워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96년 화제 드라마 「애인」으로 일약 차세대 대표주자로 우뚝섰던 그로서는 신인상 수상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섬세하고 절제된 연출로 흡인력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온 그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느끼는 것을 드라마에 원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작이 없는 창작현대물 속에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그의 연출스타일이다. 그는 현재 5월 방송예정인 미니시리즈 「추억」의 연출을 맡으며 다시 바뻐졌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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