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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百想 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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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百想 예술대상

입력
199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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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일보社 강당에서 거행된 제3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비록 어려운 시대이지만 대중예술인들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밝은 표정을 확인한 뜻깊은 행사였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 문화환경을 윤택하게 만들어 이날 영광을 안은 수상자들은 서로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모습이었다. 각 부문에서 상을 받은 작품과 작품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영광의 대상

◎연극부문­조광화/‘남자충동’ 희곡·연출/“작가정신 표출 오기로 썼다”

「남자충동」으로 연극부문 대상과 희곡상을 거머쥔 조광화(曺廣華·33)는 지난해 명실상부하게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남자충동」으로 97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과 더불어 배우자까지 맞아들이는 기쁨을 얻었다.(「남자충동」 출연배우 이유정과 2월7일 결혼).

『저는 연극이 텍스트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에 의해 작가가 발언할 몫이 없어져서는 안 됩니다. 연출중심의 대학로 관행은 그래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남자충동」은 작가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오기로 쓴 작품이었고 연출까지 맡아 했습니다』. 그는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려면 희곡이 중요하다』며 『「남자충동」에서 많은 배우들이 상을 받고 주목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전남 화순생인 조광화는 중앙대 철학과를 나와 공연예술아카데미, 극작워크숍을 거쳤으며 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희곡 11편을 왕성하게 써 냈다. 스스로 「무엇에도 큰 의욕을 느끼지 못했던 지진아계열」이라는 그는 『대학 연극반에서 처음 삶의 희열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갈등했던 것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그의 궁극적 목표는 「득도의 연극」. 그는 『희곡을 쓰면서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라며 『늙어서 한 쪽짜리 희곡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극작가 이강백을 스승으로 삼는다. 많이 가르쳐 줘서가 아니라 늘 지켜봐 주기 때문이다. 현재 구상중인 희곡은 청소년 이야기인데 『나 자신이 성장단계라 쓰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김희원 기자>

◎TV부문­이장수/‘새끼’ 연출/영상미 탁월 “뜻밖의 기쁨”

SBS 특집 드라마 「새끼」(극본 박정란)로 TV부문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이장수(李章洙·38) PD는 『너무 뜻밖이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방영 당시 호평을 받았던 「곰탕」이 지난해 백상 예술대상에서 탈락해 무척 섭섭했었다. 백상은 나와 인연이 없는 상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대상까지 받게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새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반효정 고두심 김혜수씨와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PD는 95년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촛불켜는 사람들」로 단막극 특별상, 지난해 「곰탕」으로 금상을 수상했을 만큼 실험적이고 섬세한 영상미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연출가. 특히 SBS 「금잔화」에서는 30여분동안 아무런 대사없이 영상만으로 처리한 화면을 내보내 큰 화제가 됐다.

「새끼」에서는 군위안부 할머니(반효정), 월남전에서 애인을 잃은 어머니(고두심), 사생아로 태어난 딸(김혜수) 등 한국 근현대사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인 3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특유의 영상미학으로 표현해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은 십일조 헌금후 고생한 스태프와 회식을 하겠다』며 『내 감독생활이 끝나갈 즈음에는 하나님이 나오는 영화를 꼭 한 편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84년 MBC에 입사, SBS를 거쳐 96년 5월 프리랜서로 독립했으며 방영중인 SBS 주말드라마 「사랑해 사랑해」(극본 박정란, 제작 삼화프로덕션)의 연출을 맡고 있다. 신인연출상을 받은 이창순 PD와는 MBC 입사동기. 인하대 건축학과 2년생이던 79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백조의 노래」가 입선된 경력이 있다.<김관명 기자>

◎작품상 영화부문­8월의 크리스마스/‘사랑과 이별’ 참의미 탐구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을 이야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에서의 선택은 주로 부둥켜 안고 눈물짓는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 반대를 택했다. 슬픔의 실체를 화면 깊숙히 감춘 채 관객에게 진정 사랑과 이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정원(한석규)과 다림(심은하). 정원의 직업은 사진사, 다림은 주차단속원이다. 그들은 몇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 애정을 느끼지만 한번도 서로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원은 불치병 환자로 곧 다가올 죽음을 준비한다. 다림은 그러한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결국 정원은 죽고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남자의 흔적 주위를 서성거린다.

죽음이 갈라놓는 이별이지만 통곡은 없다. 사랑을 깨달은 뒤 잠시 흘리는 눈물과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흐느끼는 것이 전부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숨겨져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어 관객의 동의를 강요하지 않는다.

신예 허진호 감독은 카메라의 거리두기를 통한 와이드앵글 속에 그들의 일상을 그저 담담하게 잡아냈다. 신인으로서는 선택하기 힘든 긴 호흡의 이야기 전개도 그의 의도를 돕는 장치이다.

그래서 「8월…」은 지금까지의 통속적 멜로영화와는 차별성을 띤다. 저예산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국영화 현실에 있어 그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권오현 기자>

◎시상식 이모저모

○…시상식장인 한국일보社 12층 강당에는 객석수의 2배가 넘는 5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행사는 김승현 김지수의 공동사회로 1시간40여분동안 진행됐으며 KBS MBC SBS 3사와 YTN A&C코오롱을 비롯한 케이블TV등 예년보다 훨씬 많은 보도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행사에는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장 박규채 영화진흥공사사장 박웅 연극협회이사장 김지미 영화인협회이사장 이태원 태흥영화사장과 후원사인 대우전자(주)의 박창병 전무 프라임산업(주) 백종헌 회장, 한국일보 박병윤 사장과 김성우 논설고문등이 참석했다.

시상식후 13층 송현클럽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한국소년소녀합창단이 축가를 부르고 기념촬영과 인터뷰가 진행돼 축제분위기가 고조됐다.

○…시상식중 연극인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탤런트 신현준 김지호 박철등 SBS 주말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의 출연자들은 검은 복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참석했다. 「사랑해…」는 TV부문 극본상을 수상한 박정란씨 극본으로 TV부문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이장수 PD가 연출하는 작품이다.

○…TV부문 남자연기자상을 받은 유동근과 인기상을 받은 차인표 송승헌등은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다. MBC 「그대 그리고 나」의 차인표는 극중 아내인 김지영이 신인여자연기상을 받자 열띤 환호를 보냈다. 김지영은 수상소감을 말한뒤 차인표를 겨냥, 『정신 차리고 잘 삽시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시상식 전후 일부 팬들은 김지영을 보자 「차돌이엄마 파이팅」하고 성원을 보냈다.

○…최고령수상자인 연극부문 여자연기상의 백성희(白星姬)씨는 올해 73세. 백씨는 자신이 64년 제1회 행사때 수상한 경력과,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잭 니콜슨이 여러 차례 상을 받았는데도 기뻐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나는 지금 굉장히 기쁩니다』라고 말해 우레같은 갈채를 받았다.

○…TV코미디부문 연기상을 받은 김형곤은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즉석개그를 선사했다. 그는 아내와의 대화를 소재로 상당히 야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객석에 있던 세살배기 아들이 『아빠』를 계속 불러대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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