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외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개혁의지를 널리 알려 유럽제국으로부터 대한(對韓) 지원의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김대통령은 유럽국 정상을 비롯, 중국 일본등 아시아 정상들과 개별회담등을 통해 우리의 경제개혁조치를 설명하고 이들 국가들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얻어냈다. 이는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김대통령 스스로 강조해온 對ASEM 「세일즈 외교」는 따라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아시아는 미국의 연못」 정도로 잘못 인식되고 있었다. 한국을 비롯, 아시아 전역이 지금 심한 금융몸살을 앓고 있어도 유럽의 기존시각은 「미국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 정도의 다소 방관적 입장이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아시아는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지도자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가 유럽과 결코 먼거리에 있지 않다는 점을 설득해 공감을 얻어냈다. 이 것이 김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지도자들이 거둔 결실이라면 결실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남아공 만델라에 버금가는 세계적 인권지도자라는 명성과 탁월한 레토릭으로 유럽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김대통령의 ASEM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대통령에겐 이번 ASEM외교가 취임후 첫 외국방문이자 다자간 외교무대 데뷔였다. 한편에서 불안한 시각으로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우를 말끔히 지우고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국제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지막 날 유럽국가들이 김대통령의 제안으로 한국등 아시아지역에 투자조사단을 파견키로 결정한 것은 큰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유럽이 산타클로스로 한국에 오라는 것이 아니라 돈 벌러 오라는 것』이라는 김대통령의 설득논리는 유럽국에 깊은 인상을 심었음이 틀림없다.
특히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상호 대립개념이 아니라 공존개념으로 파악한 김대통령의 시각에 대해서도 유럽국들은 신뢰를 보냈다. IMF의 주요 자금 공여국인 유럽과의 유대강화는 곧 우리의 금융위기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ASEM 외교에서 돌아온 김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위기상황의 경제와 「4·2」 재·보선으로 전개된 험난한 정국상황이다. 국제무대에서 펼쳤던 경륜을 이제 국내정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해 주길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