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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貨 폭락 日 책임 크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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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貨 폭락 日 책임 크다(사설)

입력
1998.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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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금융불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위기의 확산, 나아가서 세계경제를 뒤흔들 파란(波瀾)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화가치가 6년7개월만의 최저치로 폭락하는등 환율 주가 채권값이 동시에 급추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은 일본 경제에 버블붕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바로 지난 90년때 상황의 재연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자금조차 모두 일본을 탈출하려 하고 있다. 한번 돌려진 경제흐름의 물줄기는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기간내의 상황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가. 일본경제의 향후 전망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단기경기예측이 버블이후의 장기 복합불황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고인데다 최근 정부의 미온적인 경기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겹쳤다. 특히 정부가 개입해서 주가를 떠받치겠다는 식의 반(反) 시장논리적, 관료적 정책운영방식이 해외투자가의 신뢰는 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게 일본 내부의 비판적 평가다.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표류도 불신의 배경에 깔려있다. 여기에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함으로써 시장의 엔화 이탈가속을 촉발시켰다.

문제는 엔화 동요의 파장이다. 가까스로 외환위기 수습국면에 다가서고 있는 우리나라에 무엇보다 심각하고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일본의 금융불안이 지속되는한 기대해온 일본으로부터의 신규차입이나 부채상환연기에 차질이 빚어질건 당연하고 계속되는 엔의 저평가와 달러강세는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훼손하고 국내 고금리의 진정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IMF체제 극복 자체가 어려워 진다.

엔의 급격한 절하가 중국 위안(元)화의 절하를 자극하는 상황으로 진전되면 동남아 경제 전체가 엄청난 위기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라고 강건너 불이 아니다. 일본을 탈출한 자금은 미국의 과열경기 거품을 더욱 촉진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위기에 몰린 일본의 금융기관이 미국채등 해외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세계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같은 사태는 기어코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이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감한 내수진작과 수입촉진은 스스로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도 이 시점에서 시급한 일본의 역할이다. 선진국들도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방관하지말고 환율의 안정을 위한 정책협조를 좀더 적극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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