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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보물창고’/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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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보물창고’/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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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년 10월 이탈리아 중부 카라라의 한 미술관. 여성조각가 이양자씨의 개인전 개막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유학 온 한국 조각가들과 이탈리아 친구들이 포도주 한 잔씩을 들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축하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이탈리아인이 합주하는 그 곡은 낯설었고, 악기들도 특이했다.몇세기 전에 사용되던 피아노와 플루트의 전신 같은 악기로 옛 이탈리아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감미롭고도 멜랑콜리한 음악이 조각작품을 감싸고 돌면서 청중을 아득한 과거의 정서에 젖게 했다. 그날의 미술관은 조각과 음악이 만나고, 현재와 과거가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었다.

미국의 미술저널리스트 스콧 헬러는 이와는 반대로 미술관의 미래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이 이미 새로운 기술과 시장원리의 도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1세기의 미술관은 보물창고가 될 것인가, 창조적 실험실인가, 하이테크 문화센터가 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미술관은 이제 전시만을 위한 건물이 아니다. 이벤트를 통해 관객을 고대문화로 이끌기도 하고, 미래 예술에 대한 영감을 일깨우기도 한다.

지난달 부산인들의 꿈인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되어 6월말까지 3부작의 대규모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해운대 요트경기장 근처에 지하 2층, 지상 3층의 백색 건물 4개동으로 이뤄진 미술관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등과 견줄만큼 규모가 웅장하다.

부산은 80년대 들어 미술인구와 화랑이 크게 늘면서 미술계가 부쩍 자라났다. 하지만 이제서야 제2의 도시다운 미술적 면모를 갖춘 셈이다. 기존의 「바다미술제」처럼 항도의 특성을 살린 미술행사를 실내외에서 펼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다. 부산시민들이 이 미래의 「보물창고」를 값지고 영롱한 작품과 행사로 가득 채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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