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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즈 시스템(金聖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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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즈 시스템(金聖佑 에세이)

입력
1998.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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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달은 인사의 달이었다. 새 정권은 정부고위직과 산하단체의 대대적인 물갈이로 출범했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인사가 실감시켰고 정권은 곧 인사권이라는 것을 주지시켰다. 이에 대해 새 정권이 새 정책을 강력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는 수긍론이 있는가 하면 임기가 보장된 직책까지 갈아치우는 등 요직의 완전교대는 정권의 월권이 아니냐는 부정론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는 그 인사가 특정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는 논란이 더 시끄럽다.엽관제(獵官制)라 불리는 미국의 스포일즈 시스템(spoils system)은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당파적 정실에 따라 공직을 임용하는 정치적 관행을 말한다. 이런 관행을 처음 시작한 것은 제3대 대통령인 제퍼슨이었다. 1801년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 공직들이 자신이나 자기 당에 적대적인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많은 연방주의자들을 그를 지지하는 공화주의자들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확립된 것은 제7대 대통령인 잭슨때다.

1828년 선거에서 이긴 잭슨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뉴잉글랜드 및 남부지주들의 이해를 대표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자리를 줄곧 지킴으로써 이익을 누리는 관료제도의 팽창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의 정적들을 관직에서 쫓아냄으로써 응징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612개의 공직중 252개의 교체를 단행했고 이것이 스포일즈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스포일즈 시스템이란 말은 잭슨이 재선되던 1832년 뉴욕주 출신의 마시 상원의원이 잭슨의 인사정책을 지지하여 행한 연설중 『전리품(spoils)은 승자의 손에』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이미 로마시대의 슬로건이었다.

잭슨의 선례는 후계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남북전쟁후에 극에 달했다. 제16대인 링컨 대통령은 1,639개의 공직중 1,457개를 갈아치워 미국의 역대 대통령중 최대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 관습은 1881년 제20대 대통령인 가필드가 엽관운동에 실패한 한 불만자의 손에 취임 4개월만에 암살됨으로써 반성이 시작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1883년 펜들턴법이라 통칭되는 연방공무원법이 성립했고 이때부터 전문적 능력으로 공직을 임용하는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이 적용되어 온다.

스포일즈 시스템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잭슨은 1829년 연두교서에서 이 관행의 논거를 제시했다. 『모든 공무원의 임무는 명백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지각있는 사람이면 그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나는 공직자들이 경험에 의해 얻는 것보다 그 공직에 오래 있음으로써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엽관제는 집권정당이 선거공약을 실천하는데 효율적이고 당파적 기율을 강화하여 정당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변호되었다. 그리고 고정된 관료제의 특권의식을 막는다는 민주주의적 의의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실임용은 차츰 금권과 결합하면서 부패를 낳기 시작했고, 직책수행 능력과는 상관없이 임명됨으로써 행정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한편 공직자의 당파성을 조장하는 등의 폐해가 지적되었다.

지금 새 정권의 인사러시에 대해 야당측은 지역편중이라고 공격하고 여당과 청와대측은 불균형의 시정일뿐이라고 해명한다. 특히 권부의 요직을 호남세가 독점하다시피하는 것이 비판되고 있고 이에 대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권력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맞선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역편중이 있다면 그것은 철지난 스포일즈 시스템의 한 유형이다.

지금까지 공직자의 인사가 편중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불균형에 대한 보상이어서는 안된다. 수십년동안의 편중을 편평(扁平)하게 한다고 앞으로 또 수십년을 반대쪽으로 편중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다. 편중을 만회하기 위해 또 편중하는 것은 편중의 고착화요 항구화다. 지금부터 어느 쪽도 기울어지지 않는 인사를 하는 것이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인사요, 이것을 관례화해 나갈때 편중인사는 절로 없어진다.

공직이 정권의 전리품이거나 노획물일 수 없다. 공직자의 직무가 잭슨 대통령의 스포일즈 시스템의 시대처럼 비전문적이고 단순한 때도 아니다. 스포일즈 시스템이 아직도 미국에 일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처럼 지역성과 연결될 때는 폐해가 전혀 다르다.

인사는 만사라, 인사가 실패하는 방법 또한 만가지가 있다. 실패의 선례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 안하는 것이 아니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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