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나고 박근혜(朴槿惠) 후보의 당선으로 들뜬 2일 저녁 대구 달성의 한나라당 지구당사. 수백명 지지자들의 환호성으로 귀가 멍할 지경인데도 뚜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본때를 보여준 거야』잠시후 기자회견을 위해 보도진들을 만난 박후보. 『선거과정에서 지역감정이 너무 부각된게 아니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한나라당은 지역적으로 영남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해서 곧바로 지지정당을 바꾸는 것은 대구시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동서화합의 정치적 명분에 대한 동의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를 에워싸고 있던 대구출신 한나라당 의원 여러 명은 마냥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의성에서 접전끝에 당선된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후보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그는 투표전날인 1일밤 기자들과 만나 『경상도 정권일때 전라도는 몰표를 줬는데 왜 경상도는 몰표를 안 주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시간을 되돌려 선거과정을 돌아보자. 현지 의원들은 물론 중앙에서 내려간 한나라당 지도부의 주장은 똑같았다. 『정권을 내줬다고 이제와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보낸 사람을 당선시키면 대구 시민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이기택·李基澤 고문) 『우리도 호남처럼 똘똘 뭉치면 언젠가는 다시 집권할 수 있다』(이해봉·李海鳳 의원).
한나라당 전승으로 끝난 재·보선결과는 물론 여권의 공천 잘못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요인은 한나라당이 눈앞의 실리에 집착, 지역감정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게 주효 했다는데는 이론이 없다.
집권세력은 국민대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재·보선에 관한한 이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