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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이 얼어 죽다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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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이 얼어 죽다니(사설)

입력
1998.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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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이, 아무리 강도 높게 한다고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군사훈련이다. 그러나 훈련은 어디까지나 훈련이지 실전이 아니다. 미숙한 장병을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준비는 훈련 강도가 셀수록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1일의 육군 특전사 소속 부대 훈련사고는 지휘관의 상황인식 능력이 이같은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이 발표한 사건개요를 보면 이 부대는 지난달 28일 충남 칠갑산을 시발점으로 천리행군에 들어가 오는 6일까지 10일동안 사고가 난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해발 1249m)을 거쳐 속리산­백운산­월악산­대마산을 종주하는 대대 전술종합훈련을 벌이던 중이었다.

사고 부대는 1일 오후1시 전북 무주를 출발, 20㎞를 3시간 동안 강행군한 끝에 민주지산 정상부근에 도착해 야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밤이 되자 야영지에는 기후가 급변하면서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닥치고 비는 폭설로 변했다. 출발때부터 계속 쏟아지는 빗속의 강행군으로 체력이 급격히 소모된데다 갑작스런 강추위로 탈진증상을 호소하는 장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대위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하고 1명 실종, 6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군 당국은 희생자가 난 것이 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악천후로 구조 작업이 늦어진 탓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휘관이 산악훈련에 대한 기초지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는 고백과 다름이 없다. 고산지대는 날씨가 좋을 때도 기후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등반도중 조난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사고부대가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수준을 요구하는 특전부대라 하더라도 이런 대대규모의 집단훈련에 방한복 등 산지야영에 대비한 사전 준비 없이 무리한 강행군으로 돌파하려고만 했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다. 부대에 의무하사가 배치돼 있었는데도 사고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기가 막힐 일이다. 탈진상태를 잠시나마 구원할 수 있는 구급약품 준비나 응급조치 훈련도 안돼 있었다는 얘기이니 이런 부대에 어떻게 자식을 맡겨 달라고 할지 부대 책임자에게 묻고 싶다.

사망자는 전원이 장교와 하사관이다. 우리 국군 최고의 정예부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특전사 기간요원들이다. 이 아까운 병력자원을 이렇게 허무하게 낭비한데 대해 군은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 앞에 깊이 사과하고 두번다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철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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