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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한국적 解法?/함재봉 연세대 교수·정치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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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한국적 解法?/함재봉 연세대 교수·정치학(한국논단)

입력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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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선거가 있을 때마다 거의 의례적인 행사같이 치러온 정계개편이다. 여소야대 상태에서는 더욱 더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리 현대정치사가 보여준 한국정치의 패턴이다. 그리고 한국정치 특유의 것이다. 대를 이어서 어느 특정당에 충성하는 서구 선진국 정치인이나 국민과 달리 우리는 벌써 수도 없이 당을 바꿔 봤다.사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현상황을 설명하고자 하면 가장 난처한 것중 하나가 이 정계개편 문제다. 외국 기자들에게 한국이 과연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인가를 설명하려고 해도 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어째서인가?

우선 우리가 비록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열심히 뛰면서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국내시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곧 투자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국수주의적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국민을 열심히 계몽시키고 사고방식을 전환시키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별 걱정할 것이 없다고 얘기해 준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재벌들도 이제 나름대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회사들은 쓰러졌거나 큰 부분들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도록 합의를 해주었다. 과연 어느나라 노동조합이 그럴 수 있는가? 국민들은 또 어떤가? 자신들이 갖고 있던 금을 내놓으면서 나라살림에 보태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그야말로 각계각층이 자신들의 이해를 희생해 가면서 나라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국에 투자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 해주면 외국인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사실 한국인들은 누구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를 일으켰고 또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강해지는 국민이지. 특히 금모으기 운동 같은 것은 정말 감동적인 거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지 않은가? 아무리 국민이 똘똘 뭉쳐서 일하고자 하고, 희생을 감수하고자 하고, 정부는 엄청난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가 저렇게 꼬여 있지 않은가? 아니, 한쪽은 아직 총리인준도 못하고 따라서 내각도 정식 임명이 안된 상태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 국회가 저렇게 꽉 막혀 있는데 정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한국 대통령은 그럼 혹시 국회 해산권이 있는가?

아, 사실 국회 해산권은 없지. 왜냐하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국회 해산이란 야당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 정치 풍토상 그것은 곤란하지.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여기까지 대화가 오가고 나면 결국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사실 한국 정치를 보면 이런 상황에서는 늘 정계개편이라는 것이 일어나지. 그래서 결국은 여소야대의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이 되고 결국은 집권당이 원하는 대로 정책을 이끌고 나가지. 그래? 그럼 그 정계개편이라는 것이 어떻게 일어나나? 무슨 절차라도 있는가? 아냐. 사실 그냥 정치인들의 권력을 위한 이합집산이라고 하는 것이 옳지. 그게 한국의 정치야.

그렇다. 정말 창피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또 한번 이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정치 해법」이 또 한 번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현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정계개편도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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