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1,000여명 평균 연봉 9만8,000달러/규율엄해 관료문화 비판도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인 마이클 무사씨. 그는 호주머니에 심장병 치료제인 「쿠마딘」을 늘 갖고 다닌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약은 피가 응고되는 것을 막는다. 쥐가 이 약을 먹으면 내출혈로 죽는다. 나에게도 이 약은 분명 급할 때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출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IMF의 프로그램은 어떤 의미에서 이 약과 같다.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이 약을 복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량을 처방하는 것이다』
휴버트 나이스(62) IMF 아시아 태평양담당 국장. 스포츠형 헤어스타일에 허름한 옷차림의 외모만 볼 때 경제전문가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이스 국장은 지난해 11월 긴급명령을 받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할 일은 일주일정도만 지나면 달러가 바닥날 한국에 IMF의 전례가 없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 그는 3일간 밤잠을 거르고 570억달러라는 IMF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들처럼 IMF에 소속된 1,000여명의 경제전문가 및 학자들은 수천㎞를 달려가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에 긴급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내로라하는 초국가적 경제전문가들이다. 이들 자신도 최고의 국제공무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이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있다. 출장갈 때면 항공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일급호텔에서 숙식한다. 평균 연봉은 세금없이 9만8,000달러(약 1억4,000만원).
한 국가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53년 역사의 가장 응집력이 강한 조직의 부분집합일 뿐이다. IMF의 특징중 하나는 규율이다. 경제전문가팀이 특정국가에 파견될 경우 자금지원부서에서 수주동안 토론을 거쳐 작성된 자료를 가져간다. 이 전문가팀이 이 자료를 놓고 해당국관료들과 협상할 때 반론에 동의 하더라도 워싱턴의 본부와 반드시 협의를 해야된다. 이들은 마치 군대처럼 상사의 판단을 기계적으로 따른다. 지난해 8월 태국의 금융지원협상때 당시 지원팀은 태국정부 관리들의 말에 동조했으나 IMF국장들은 이를 반대, 결국 원안대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도 만만치 않다. 올 1월 IMF협상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자신들이 제시한 경제개혁에 합의한 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환율이 반등하지 않자 얼굴의 홍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다시 전화통을 붙들고 워싱턴과 협의를 해야만 했다. 시간대가 다른 지역과 밤과 낮을 구분않고 연락을 해야하고 자신들이 내린 처방에 효과가 없을 때 허탈감을 느끼곤 한다.
IMF정책개발과의 점검부서장 존 보어만은 『의사결정은 그 환경을 이해할 수있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확보된 정보만으로 이루어지며 이 때 받는 긴장은 어마어마하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한편으로 독선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년 이상 재직한 과장들이 많으며 중간급에 합류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 관리는 『IMF는 지극히 동종번식적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 등은 IMF의 강한 관료문화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한다.
이상은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달 30일자에 보도한 「IMF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제목의 기사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MF는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지만 이 기구와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비밀」은 일반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초국가적인 전문가들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수도 있고 이들의 실수는 해당국가에는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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