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폭발적 증가 따라 內需 4개월 연속 하락/투자·생산도 동시 위축/불황터널 장기화 예고실물경기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수는 4개월째 감소세이고, 생산과 투자도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기반이 붕괴돼 장기불황으로 이어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조기극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탈출구 안 보이는 내수
내수판매는 IMF 한파에 따른 실업증가 및 소득감소로 극도로 부진한 양상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자동차판매량은 1년전에 비해 64.8% 감소했다. 건설부진으로 건축재료가 19.4%, 음식료품종합소매도 17.3%가 각각 줄었다. 백화점 매출은 14.5% 감소했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내수용소비재 출하의 경우 대형냉장고가 1년전에 비해 46.8%, 컬러TV는 43.1%, 기성복은 24.7%가 각각 줄었다. 내수증가율은 지난해 11월 마이너스 3.3%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내수부진에는 실업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업자는 올들어서만 57만명이 증가, 2월말 현재 123만5,000명을 기록했다. 하루에 1만명가량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중 최근 1년 사이 직장을 잃은 사람이 93만9,000명, 76%에 달한다. 실업자는 3월중에 150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돼 대량실업이 진정되지 않는 한 내수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투자와 생산의 동반위축
지난해 7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설비투자는 2월중에도 1년전에 비해 27% 줄었다. 앞으로의 설비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기계수주도 제조업과 건설업의 발주부진에 따라 28% 감소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500대 기업의 올해 시설투자계획은 27조6,654억원으로 작년의 39조8,112억원보다 30.5% 감소했다. 이중 제조업의 경우 16조156억원으로 지난해의 27조7,649억원에 비해 무려 42.3% 줄었다. 제조업 시설투자가 이처럼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전경련이 제조업을 대상으로 시설투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80년 이후 처음이다. 산업생산은 1월(마이너스 10.3%)보다 감소폭이 둔화한 1.9%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지난해 2월보다 조업일수가 2일이 많은 점을 감아하면 1월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는 계속 나빠지나
전달에 비해 6.6% 증가한 수출이 경기회복의 유일한 수단이다. 수출용 출하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2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출하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불과, 경기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6∼7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는 2월에도 마이너스 1.5%로 4개월 연속 하락,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존스턴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경제가 내년부터 건실하게 회복될 것이나 올해는 내수위축과 생산둔화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한국경제가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기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작업이 본격화하는 하반기 이후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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