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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본질/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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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본질/이이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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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북풍(北風)이 잠잠해졌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黃砂)현상 탓인지 모르지만 북풍이 기세가 꺾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풍이 고개를 숙인 진짜 이유는 여야가 북풍싸움에서 서로 이득을 챙기기 힘들다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야의 합의휴전으로 북풍이 멈추고 있는 셈이다.정치권의 휴전이란 당리등 목적에 따라 언제든지 격전으로 돌변할 잠복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북풍 잠재우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북풍이 발생한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타개책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풍을 일으킨 당사자인 안기부도 마찬가지다.

안기부의 기본업무는 나라를 위해 각종 첩보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국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뛰어난 스파이 집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 용간(用間)편에는 스파이를 5개유형으로 나누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명기돼 있다. 첫째 향간(鄕間)이다. 향간이란 적국의 주민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내간(內間)은 적국의 관리나 군대의 장교를 첩보원으로 만들어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셋째 반간(反間)은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것으로 이중간첩이 이에 해당된다. 넷째가 사간(死間)이다. 사간은 죽음을 각오하고 적국에 잠입해 정보 및 첩보활동을 벌이는 스파이를 뜻한다. 향간을 이용하는 것도 사간의 몫이다. 다섯째 생간(生間)은 사간과 반대되는 말이다. 평소에는 적국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결정적 시기에 임무를 끝내면서 노출되는 스파이를 말한다.

스파이의 본질을 밝힌 손자병법의 용간편을 확대하면 지금의 첩보전략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안기부 조직도 이에 맞춰 재편성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권력의 철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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