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식당도 외환거래/주식거래 수수료 자유화/은행·증권·보험 업무통합/1,200조엔 개인자산 유치/금융계 서비스개발 치열2001년까지 금융규제 완전 철폐를 목표로 한 「일본판 빅뱅(금융개혁)」이 1일 첫발을 내딛는다.
금융개혁의 제1탄인 새 외환법의 시행으로 외환거래와 내외 자본거래를 완전자유화한다. 당국의 「외환 관리」가 유명무실해지고 외환과 내국환의 구별이 없어진다.
은행에서만 가능했던 환전은 편의점이나 여행사에서도 가능하고 공항 면세점과 같은 외환거래 상점이 백화점과 식당 등으로 늘어나게 된다.
엔화를 예금 구좌에 넣고 얼마든지 달러, 마르크, 프랑화로 꺼내 쓸 수 있고 거꾸로 외환을 예금하고 엔화로 찾아 쓸 수도 있다.
한편으로 기업간의 외환 결제가 가능해지고 해외 자금 이전이 자유화함에 따라 국내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의 자금 결제를 상쇄하는 「멀티넷팅(MultiNetting)」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000만엔 이상의 주식거래 수수료도 자유화, 증권업계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규모 주식거래 수수료 규제도 99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일본판 빅뱅은 앞으로 점점 그 폭이 넓어져 총 1,200조엔에 이르는 개인자산을 둘러싼 금융업계의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7월에는 손해보험료율을 자유화하고 12월에는 은행이 투자신탁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99년엔 은행의 증권자회사 업무 제한이 철폐돼 은행·증권사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2000년 3월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 2001년 3월 은행의 보험업 진출 등으로 은행·보험사간의 벽도 허물어 진다.
여기에다 외국 자본의 참여가 무제한으로 허용돼 2001년 이후의 경쟁은 내외의 구별조차 사라지게 된다.
완전히 판을 새로 짜는 빅뱅의 충격 앞에서 일본 금융업계는 우선 자금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 증권 투신사 등을 한데 묶은 종합금융그룹을 설립,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이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 그룹 등에서 벌써부터 활발하다. 또 국내업체간이나 내외업체간의 업무제휴 및 자본 합병 등 다양한 합종연횡도 시도되고 있다.
한편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은행은 자동입출금기(ATM) 가동시간을 다투어 연장하고 있고 아예 편의점 체인과 제휴해 24시간 입출금을 가능하게 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으로 증권사는 주식과 채권, 투자신탁, 외환 등 다양한 상품에 알아서 투자해 주는 「랩(Wrap)계좌」 등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빅뱅 끝나면/금융자산운용 자유자재… 전자거래 일반화
2002년의 어느날 아침 도쿄(東京) 분쿄(文京)구 고이시카와(小石川)의 이케나가(池永)씨 집. 아침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인 나미코(奈美子·17)를 붙잡고 할머니 노리코(典子·64)의 얘기가 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퇴직금 5,000만엔 가운데 2,000만엔을 증권회사의 「랩계좌」에, 500만엔을 상장주에, 500만엔을 벤쳐기업의 미공개 주식에 넣어 둔 할머니는 은행의 보험계좌와 투신계좌에 나눠 넣어 둔 2,000만엔을 다시 쪼개고 싶어 매일 안달이다. 학교에서 빅뱅 이후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해 배운 나미코지만 「정답」을 찾지 못해 또 고개를 갸웃거린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시게오(茂男·43)가 빙긋 웃는다. 은행에서 보험은 물론 투신상품까지 구입할 수 있게 됐다. 24시간 편의점의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수 있고 수수료도 싸졌다. 3년전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환경사업을 시작한 그는 개인투자가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빅뱅 이후 거의 100%의 경영정보가 공개되면서 우량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어졌다.
오빠 나오토(直仁·20)는 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다. 할머니부탁으로 주식과 투자신탁 상품 정보를 인터넷으로 입수해 바로 매매하는데 전자거래 수수료는 빅뱅전 증권회사 창구 거래의 10분의 1밖에 안된다.
그러나 어머니 미키(美樹·43)는 주방에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알뜰한 살림으로 1,800만엔의 가계자금을 모아 은행에 넣은 그는 은행 도산과 합병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1,000만엔까지만 지급을 보증하는 「페이 오프(Pay Off)」제로 나머지를 날렸다. 그로선 거액이다. 그러나 「금융자산 운용은 자기 책임으로, 나눠서 한다」는 철칙을 익혔으니 꼭 손실인 것만도 아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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