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서울에서 600년 고도(古都)의 흔적과 문화적 향기를 잃지 않은 공간이 있다면 종로구 인사동 일대일 것이다. 사철 미술전시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겹겹이 펄럭이는 인사동에 들어서면, 화랑과 골동품상 문방사우점 전통음식점 한복집등이 큰 길과 골목을 따라 아기자기 이웃하면서 전통문화의 맛과 색채, 소리에 젖게 한다.그러나 최근 경제난속에 이 지역의 전통문화 업소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제과점 주점 패스트푸드점 옷가게 전자오락실등이 들어서면서 특유의 문화적 개성과 활기를 위협하고 있다. 전통적 분위기를 지닌 인사동이 대학로 같은 유흥지대로 변질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인사동을 문화특구로 지정,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화할 것을 호소하면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보존회는 당국의 협조를 얻어 지난해 4월부터 일요일마다 차량을 통제하고 「인사동 거리축제문화장터」행사등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주말이면 외국 관광객을 포함한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고, 인사동은 자연스레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거리」, 혹은 「미술의 거리」라는 이미지를 심어 왔다.
보존회가 주장하고 있는 문화특구란 전통문화·예술·관광의 현장이자 보존지구인 인사동을 무차별한 비문화적 산업의 침투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사동다운 순수성을 지키고,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관광진흥법에 관광특구 규정은 있으나 문화특구 기준이 없으므로 먼저 법규부터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부에서 이름까지 바꾸며 문화와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 한 문화관광부가 문화특구 지정을 망설일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동은 전체 500여개 업소 중 고미술상과 화랑 표구사 화방 필방 고서점 공예품점등 미술관련업소가 70%에 이른다. 전통차와 한식을 파는 음식점도 18%나 된다. 인사동은 전통문화가 보존·계승되고 있는 국민의 산 교육장이지만,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미술의 수출전진기지이며 음식 맛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용산구 이태원동이 최근 관광특구가 된 것처럼, 인사동이 문화특구로 지정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문화특구 지정이 이뤄지면 이 지역을 보다 알찬 문화명소로 가꾸기 위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발전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감세와 면세등 세제혜택을 통해 문화업소를 새로 유치하거나 비문화업소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세계적 명성을 지닌 문화의 거리로 가꿔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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