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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이 잊지못할 추억으로”/하비에 알바(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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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이 잊지못할 추억으로”/하비에 알바(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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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침에 일어나는데 배가 아파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멀지않은 한 종합병원이 생각났다. 의사는 내게 당장 치질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나는 잠시 수술 않고 평생을 치질과 더불어 사느냐, 아니면 수술을 해서 치질로부터 해방되느냐를 놓고 고민에 잠겼다. 겁이 많은 나는 수술을 안하고 싶었지만 비겁한 남자라고 몰아세울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입원수속을 하자 차라리 기분이 좋아졌다. 오후 7시쯤 건장한 사나이가 간호원과 함께 또 다른 침대 하나를 끌고 들어왔다. 수술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극도로 긴장해가고 있었다.

의사들은 웃는 얼굴로 수술은 10분도 채 안걸리며 본인도 모르는새 끝날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으나 그 말이 내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척추마취를 해야하니 엎드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손아귀에 들린 주사는 어린아이 손목만한 것이 아닌가? 나는 설마 저걸로 나를 찌르지야 않겠지 싶어 그냥 웃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그 큰 주사기 바늘이 내리 꽂히려는게 아닌가? 나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그에게 사정했다. 『수술비 다 낼테니 이대로 집에 가게 해주세요』 나는 먼 이국에서 변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 갑자기 아내와 두 아들의 얼굴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러나 주사바늘은 이미 내 척추를 찌른 뒤였다. 전신이 노곤해지더니 감각은 없는 묘한 상태가 되었다. 잠시후 사람들이 내 뒤에 모여 엉덩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몸둘 바를 모르고 수술이 언제 시작되려나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술이 끝났으니 회복실로 가라는 말이 들렸다.

병실로 돌아오면서 나는 방금전의 일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수술이 끝났는지 의료진들의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이틀치의 요금을 물고 퇴원했다. 채 24시간도 머물지 않고 이틀치를 계산해야 하는일이 억울했지만 그 병원은 나에게 평생 남을 추억과 무용담을 선사해주었다. 그 병원에 가서 훌륭한 의료진들의 서비스를 다시 한번 받고 싶다. 이번에는 맹장을 앓아볼까?<르네상스서울호텔 식음료이사·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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