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흔히 「천하의 도다이(東大)」라고 부르는 엘리트의 산실. 1877년 4월 개교 이래 도쿄(東京)대학, 특히 법학부와 경제학부 졸업생들은 정·관·재계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오늘의 일본을 만들어 왔다.그런 도쿄대학이 「지성의 결핍」으로 지탄받는다면?
27일 오전 유서깊은 혼고(本鄕)캠퍼스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열린 도쿄대학 졸업식.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총장은 쫓기듯 고별사를 읽어 내려갔다.
『언론이 지적하듯 일부 졸업생의 파렴치한 행위에 우리 대학의 독특한 풍토가 어떤 의미에서건 반영됐다면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일련의 금융·증권비리로 관료와 기업체 임원 등 9명의 졸업생이 구속된 데 대해 그는 「분노와 굴욕감」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어갔다.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그들이 지성만은 결여했다. 지성은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비로소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설립 120주년 기념 연속 특별강연 「도쿄대학」에서 저명한 언론인이자 도쿄대 객원교수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도쿄대학 법학부에는 교양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충분한 지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고시공부에만 매달리는 법대생을 예로 들어 「지적 절름발이」를 양산하는 교육 현실을 질타했다. 「열역학 제2법칙」도 모르는 문과생, 셰익스피어도 읽지 않는 이과생을 소개하면서 『출신이 기술직이건 사무직이건 나머지 반쪽을 이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만이 진정한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과 더불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런 평범한 노력속에서 엘리트의 도덕률이 다듬어진다는 일본인들의 뼈저린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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