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북풍(北風)이 남한을 휘젓고 또 남풍(南風)이 북한을 강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최근 2개의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즉 베이징(北京)의 남북적 협상과 국가안보회의 결정사항이 그것이다.이 두가지 모두가 어떻게든 북한의 개방을 이뤄 보겠다는 우리측의 강력한 이니셔티브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만약 북한이 과거와 같이 소극적이거나 냉소적일 때 어떤 결실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북문제가 어느 일방의 염원으로 해서 해빙의 실마리를 찾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 지금까지의 경험칙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 우리가 정부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적 접촉에서 우리는 국적요원의 분배과정 감시를 조건으로 옥수수 5만톤 기준의 구호물자를 북한에 지원키로 했다.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간에 동족이 굶어죽는 참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 안된다는 동포애적 결정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작 굶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 물품이 일부 군량미로 전용되거나 상품화되어 세계의 빈축을 샀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록 이번에도 분배과정에서 국적요원의 감시가 전제됐지만 이것 역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베푸는 자의 입장에서 북한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대북지원을 성사시켰다. 개방과 공존을 모색하는 우리의 선의에 북한이 이제 화답할 차례다.
다음으로 정부는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대북 「빗장」을 사실상 모두 제거했다. 예컨대 500만달러 이하로 돼 있는 투자한도를 철폐했다. 기업총수들의 방북도 가능한한 모두 허용키로 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민간교류 지원 차원에서 북한 사회안전부가 개설한 「이산가족 주소안내소」에 우리측 명단을 전달할 방침이다. 당초 북한은 「국내(북한)는 물론 해외거주 동포」라고 범위를 한정, 남한의 이산가족을 사실상 제외시킨바 있는데, 대응이 주목된다.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는 북한 못지않게 우리 내부의 자세에 달려 있다. 투자한도철폐등 빗장이 열렸다고 해서 과거처럼 과당경쟁 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우리 기업간의 과열경쟁으로 북한이 「뒷돈」까지 챙기는 사태는 사라져야 한다. 대북경협을 민간자율에 맡겨서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경분리도 좋고 「햇빛론」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열과 혼란은 줄여야 한다. 정부부터 신중해 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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