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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왜 기피대상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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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왜 기피대상인가(사설)

입력
1998.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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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가 사회지도층 부모의 영향력에 의해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느냐는 의혹은 작년 대통령선거 과정을 통해서도 국민이 그 답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국가명령에 순응해 착실히 복무하고 있는 병사나 힘든 시련을 이기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올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부모에게는 그런 일은 세상의 뜬소문이고, 실제 있더라도 아주 극소수일 것이니 흉내 낼 일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국가에 대한 믿음이며, 그 믿음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국가 의지의 실현으로 보답돼야 마땅하다.하지만 눈 앞의 현실은 그 믿음에 역행하고 있다. 역대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현정권의 첫번째 내각에서도 장관의 40%, 차관급 3분의 1이 병역면제자다. 26일의 감사원 발표에서도 이같은 지도층인사의 지각없는 행태를 확인할 수 있다. 92년부터 5년간 단독 해외이민자나 영주권취득자 중 90%가 병역미필자고, 그 80%가 중소기업 사장 이상의 사회지도급 인사 자제임이 밝혀졌다. 이러고서야 「돈 없고 빽 없어 자식을 군대 보낸다」는 부모들의 원망을 달래 볼 방도가 없다.

차제에 현행 병역법상의 불평등 요소를 남김 없이 찾아내 제도와 법규를 정비하는 일이 당연히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제도가 아니다. 병역을 기피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법이 아무리 엄하다 해도 빠져 나가자고 맘 먹은 자에게는 구멍이 보이게 마련이다. 근본을 바로잡자면 병역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러자면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군복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군이 이번 육군 수뇌부 개편을 통해 학군(ROTC) 출신을 현역 최고군령권자인 합참의장에 발탁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학군장교는 병역을 수련의 기회로 알고 지원한 사람들이고, 군에서 지휘관 자질을 새롭게 발견해 장기복무를 택한 장교도 많다. 미국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이나 현합참의장 헨리 셸턴 장군도 학군출신이다. 그들 중에는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각 부문의 지도적 위치에 진출한 인사가 얼마든지 있다.

군이 이들을 찾아내 높이 쓴다면 사관학교 출신 중심의 경직된 군 조직에 다양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사회 각계 학군출신 지도층과의 활발한 교류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폐쇄적 집단인 군과 사회의 사귐은 개방될수록 민주발전에 좋은 일이고 학군장교의 발탁은 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군 복무는 의무이기 이전에 봉사며 애국이라는 적극적 사고와 행동양식이 이들의 존재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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