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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다시 증시이탈 조짐/환율하락에 “팔자” 세력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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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다시 증시이탈 조짐/환율하락에 “팔자” 세력 급증

입력
199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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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등 당근 필요” 제기외국인투자자들이 다시 증시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올들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풀어놓은 자금은 4조4,000억원. 그러나 이달들어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주식매집을 멈추고 주식을 팔려는 세력이 급증추세를 보여 외국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3월들어 7일이나 주식 순매도

2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총 5,167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국인들이 1월과 2월에 각각 1조6,949억원과 2조1,803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4일에는 올들어 처음으로 순매도(38억원)를 기록하는 등 3월들어 주식매도액이 매입액보다 많은 날이 7일에 달해 외국자본 유입이 급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18일과 19일에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21일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1억원에 그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혁 지연과 환율하락에 실망한 외국인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세는 표면적으로는 환율하락 때문.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살 수 있는 주식물량이 그만큼 적어져 신규투자자금 유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높은 환율대에서 주식을 매입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3월 예상치보다 낮아진 현시점에서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면 예상보다 많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도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환율하락이 외국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외국인매도세에는 구조조정의 고착상태가 더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외국계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올초만 해도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이제는 불만과 불안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지연에 실망한 외국인들이 환율하락을 기화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빅카드가 안나오면 위험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빅 카드」가 나오지 않는 한 외국인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환율과 금리가 완벽한 하향안정세로 접어들거나 환율이 다시 큰 폭으로 치솟으면 외국자금 유입에는 효과가 있지만, 인위적으로는 쉽지 않거나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 대우증권 정준호(鄭準鎬) 국제영업팀장은 『구조조정과 개혁은 실종상태인데도 환율이 내리는 데 대해 외국인들은 「거품」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재계와 금융권의 가시적인 변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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