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대장’ 재벌들 선택과 집중통해 1등기업 키워야최근 진행되는 재벌개혁은 국난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재벌의 몫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재벌의 무리한 확장공세와 차입경쟁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불러들이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중요한 사실은 재벌개혁의 성패는 우리 경제의 운명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공과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의 실패는 곧 우리경제의 실패로 연결된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그동안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편화했다. 산업의 골간인 자동차 반도체는 물론 식당경영 병원영안실사업까지 국민들의 일반생활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영역이 사라질 정도다.
이과정에서 「남이 하는 사업이면 나도 한다」는 식의 미투(ME TOO)전략이 횡행했다. 재벌총수의 취미가 사업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결과 재벌들의 계열사는 60개선을 넘어서는 경우도 생겨났다. 현대(59) 삼성(61) LG (52) 대우(35)등 이른바 빅4의 공세는 재계전체로 덩치경쟁을 확산시켰다.
IMF체제를 전후해 드러나기 시작한 재벌의 실체는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진로 기아등 줄줄이 좌초한 그룹들은 주력과 무관한 문어발확장이 불황을 맞아 수익보다는 비용으로 둔갑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자동차전문그룹인 기아는 건설 무역특수강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덜미가 잡혔다. 주류업체 진로는 건설 유통 전기업종으로 덩치를 불리다 파국을 맞았다. 제과업체인 해태는 전자업종에 손댔다 쓴 맛을 봐야했다.
문제는 우리 나라 재벌의 주력기업의 경쟁력도 세계화의 틀속에 대입하면 초라한 수준이라는데 있다. 96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인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준에 내놓을 만한 전문기업은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96년기준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위권 기업의 총매출액은 1,669억달러. 10개사의 매출을 합해봐야 미국 GM사의 1,684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GM 포드 미쓰이 미쓰비시등 세계 일류기업들은 모두 자동차 무역 석유등 특정업종에 경영자원을 집중, 기업규모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우리 대기업은 소규모 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쟁력강화차원의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이른 시일내 선택과 집중을 이루어야 한다』고 권한다.
공공서비스분야의 세계 선두기업이었던 프랑스 제네랄 데조는 95년에 140년 그룹역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즉각 3개 핵심사업을 제외한 나머지를 외국기업에 매각,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비료가 주력업종이었던 일본의 닛산화학도 마찬가지다. 사업다각화차원에서 뛰어들었던 석유화학분야가 오일쇼크를 맞자 25년간 쏟은 노력과 자금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과감하게 철수시켰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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