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작전’ 한계 개혁 수술대에/엔테베작전 등 혁혁한 전과 세계최고 정보기관 명성/최근 임무 실패 최대위기76년 7월4일 우간다 엔테베 공항.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공중납치한 에어프랑스에는 이스라엘 인질 104명이 갇혀 있었다. 갑자기 이스라엘 군용기 3대가 공항에 내려 앉았다. 관제탑에 『납치범들 요구대로 수감중인 동료들을 태워왔다』고 송신한 후였다. 그러나 군용기 문이 열리자 무장한 지프들이 쏟아지면서 총성이 울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분뒤. 구출한 인질을 태운 군용기는 유유히 하늘로 날아 올랐다.
게릴라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전원사살됐다. 후에 엘리자베스 테일러, 버트 랭카스터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대히트한 일명 「엔테베 작전」이다.
이 작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에는 늘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96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주요국 전직 정보기관원들의 평가를 토대로 선정한 「세계 정보기관 베스트 10」에서 모사드는 미 중앙정보국(CIA)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모사드는 세계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서 사랑받는 정보기관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독립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이력 덕이다. 모사드의 기원은 40년대 유럽에 흩어져 박해받던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으로 비밀리에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던 여행사. 2차대전 말 무기밀수입 조직으로 변신, 건국후 51년 총리 직속으로 공식출범했다. 그후 67년 6일전쟁 등 아랍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테러범에 철저한 피의 보복을 가하면서 이스라엘을 지키고 이끌어가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 모사드에 최근 구멍이 뚫렸다. 지난해 9월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 과격단체인 하마스의 지도자 칼리드 마샬을 암살하려다 발각돼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12월에는 시리아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보고한 혐의로 요원 1명이 기소돼 법정에 섰다. 올 2월에는 스위스 베른에서 도청장치를 하던 요원 5명이 체포돼 총수까지 교체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정계 일부에서는 모사드 개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CIA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들이 피나는 변신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사드는 아랍국과의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존의 조직과 활동이 40년 넘게 그대로 유지돼왔다. 요인 암살 등 특공작전에는 능해도 순수한 정보수집 능력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되고 평화협상이 진전되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정세도 「탈냉전화」함에 따라 특공작전식의 활동은 빛을 잃고 있다. 모사드는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신 베트/국내방첩·對 테러 전담… ‘라빈암살 연루’ 의혹도
신베트(Shin Beth)는 모사드와 함께 이스라엘의 양대 정보기관. 모사드가 대외공작 중심이라면 신베트는 국내방첩·대테러 활동이 주임무다. 최일선에서 뛰기 때문에 명성 못지않게 구설수에도 자주 올랐다.
이츠하크 라빈 전총리의 암살 사건이 대표적 사례. 라빈 총리는 95년 11월4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중동평화회담 지지집회 참석중 극우 청년 이갈 아미르가 쏜 3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직후 신베트는 경호상 실책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곧 화살은 신베트의 암살 연루 의혹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베트가 사전에 암살 음모를 제보받고도 무시했으며 아미르는 신베트의 전비밀요원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존 F 케네디 전미대통령의 암살사건처럼 여전히 의문투성이로 남아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듬해 1월 이 사건으로 퇴임한 신베트 국장(암호명 카프) 후임에 아미 아얄론 전해군참모총장을 앉혔다. 「1급 비밀」인 총책의 신원을 공개한 것이나 외부 인사가 국장에 오른 것 모두 최초였다. 이같은 조치는 「초법적」 존재로 인식돼온 신베트의 변화를 향한 첫 걸음으로 해석됐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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