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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님들! 지금 뭘 하십니까

입력
199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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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 지지속에 문연지 8년/그러나 형식적인 의정활동 이권개입·수뢰·호화 해외연수 등 자질시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3월20일 오전 10시에 열린 서울 모 구의회 본회의장.

『주차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니 모두 고루한 관념의 옷을 털어냅시다. 에고이즘의 외투를 벗고 권위의 넥타이도 풀자. 일하기가 어려워 걱정이 되거나 주민의 뜻을 해결할 수 없다면 골방에 들어가 이불을 쓰고 다시는 세상 밖에 나오지 말라. 태양열이 당신의 육신을 녹여버리니까…』

웅변인 것도 같고 유행가 가사 같기도 하다. 말투도 그렇지만 골목 주차문제를 둘러싼 구의원의 엄연한 질의내용이다. 답변도 걸작이다.

『사람이 집이 없으면 큰일이고 동물도 둥지가 없으면 안됩니다. 그렇듯 주차장없는 차들도 문제입니다. 골목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차량보유를 억제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 질문에 그 답변의 연속. 일개 구청 국장이 주민의 차량보유를 과연 억제할 수 있는지, 다른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의원들은 보충질의 없이 『좋은 답변』이라며 넘어간다.

다른 국장의 답변은 조금 길었다. 한 의원이 『짧게 해』라며 고함을 쳤고 국장은 즉각 『죄송하다』며 답변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도 않은 채 단상에서 내려온다. 일부 의원들은 킥킥대며 한마디씩 내뱉는다. 『○국장. 말이 너무 많아』 『다음부터 조심해』

본회의는 다음날 속개하겠다는 의장의 말와 함께 오전 11시50분에 정확히 끝났고 의원들은 구청간부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회의장을 떠났다.

광역의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17일 열린 서울시의회 한 상임위원회.

전체 16명의원중 위원장을 빼고는 3∼4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료를 준비해 온 의원은 단 1명뿐. 다른 의원들은 아무런 자료없이 형식적인 질문을 늘어놓았다. 옆방 의원 휴게실에는 6∼7명의 의원들이 큰소리로 떠들며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지방의회에 주민자치를 위한 의정활동이나 자치단체에 대한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무리다. 노원구의회 김은경 의원의 말. 『어느 의회건 지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권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요. 특히 인·허가문제는 공무원과 유착된 상태에서 벌어지므로 일반인은 알지도 못한 채 쉬쉬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얼마전 건축폐기물 집하장에서 페기물을 파쇄한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는데 소속 의원이 계류된 사업이라 그냥 덮어졌지요』

지방의원의 자질시비도 잦다. 『지난해 회기중에 동료의원이 「비리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역내 비리문제에 대해 의회가 나서서 조사한 뒤 주민에게 공표하자는 내용이었죠.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의원 각자가 깨끗치 못한 것을 자인한 셈입니다』 은평구의회 최준호 의원의 토로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지방의회가 문을 연 지 8년째. 그러나 아직도 지방의회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낭비성 해외연수, 예산 과다집행,의원들의 비리구속사건 등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다.

지방의회가 표류하는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의원의 자질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방의원 5,513명중 대졸이상의 학력소유자는 1,936명으로 35.1% 수준이지만 허위, 과장기재가 포함돼 있어 실제는 이보다도 훨씬 낮다고 한다.

직업별로는 지방은 농업(1,160명) 상업(1,156명)이 압도적으로 많고 도시지역은 건설업(402명)이 상대적으로 많다.

전문직인 의사, 약사, 변호사는 146명으로 전체 2.6%에 불과하고 성별비교에서도 여성의원이 127명인 2.3%에 지나지 않는다.

경실련 조사결과 서울의 어떤 구의회는 회기동안 의원들이 집행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비판할 때 대안을 함께 제시한 경우가 겨우 2.0%였다. 전문성결여로 인한 당연한 결과다. 조사대상 의원의 34.5%가 「의정 활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의원 각자의 전문성 부족」을 제일 먼저 꼽았을 정도이다.

경실련 김종익 국장. 『지방의원이 무보수명예직이다 보니 우수인력들이 생업을 등한시 한 채 의회에 들어오기가 어렵습니다. 자연히 가족이 생활을 꾸리거나 생업과 의회일이 직결된 사람이 아니면 지방의원이 되려 하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무관심도 문제지요. 모 구의회의 경우 15차례의 본회의에 평균 5.8명의 주민이 방청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니 무풍지대의 의회안에서 함량미달의 일부 의원들이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는 거지요』

서대문구의회 정일출 의원은 주위의 무관심이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민원이 있어도 지방의원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또 의원이 주민에게 의정활동을 소개하려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유권자도 모르는 상황인데 의욕을 갖고 일하는 의원이 몇이나 되겠습니까』<염영남 기자>

◎지방의회 현황/95년 광역·기초 5,513명 선출

지방의원은 광역시와 도 의회를 구성하는 광역의원과 시·군·구 의회를 구성하는 기초의원으로 구분된다.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의원은 모두 5,513명. 이중 광역의원이 972명, 기초의원이 4,541명이다. 광역의원의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역구대표 875명과 정당의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된 비례대표 97명으로 구성된다. 현행 선거법은 광역의원에 대해서만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으며 소선거구제가 원칙.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192명의 결원이 발생했지만 보궐 및 재선거를 통해 109명만 새로 뽑혔고 83개 의석은 빈자리로 남아 있다.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일때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선거법 규정에 따른 것. 결원은 사망 52명 사직 56명 선거법위반 55명 기타법률위반 29명 등의 사유로 발생했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헌법으로 정해져 있는 반면 지방의원의 권한은 지방자치법에 따른다. 지방의원은 우선 지방행정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개폐하는 입법자치권을 갖는다. 또 지자체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지방세 부과 및 징수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방재정에 관한 권한도 갖는다. 지자체 공무원 출석·증언요구, 회계기록 검사 등을 통해 지방행정기관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의원이 사용한 예산은 1,077억원. 국회의원에게는 세비가 지급되지만 지방의원들은 「무급」원칙에 따라 의정활동비 및 자료수집비 명목으로 매달 광역의원에게 60만원, 기초의원에게는 35만원이 지급된다. 광역의원 하루 6만원, 기초의원 5만원인 회의수당은 별도이다. 광역의회의 회기가 연간 120일 이내, 기초의회는 80일 이내이기 때문에 매달 광역의원은 120만원, 기초의원의 경우 70만원 안팎의 국민세금을 쓰는 셈이다. 이밖에 업무상 여비와 의원공동경비, 단체장 판공비에 해당하는 의장단 활동비 등도 예산에서 지출된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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