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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결단과 제도개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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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결단과 제도개선(사설)

입력
199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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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허덕이던 한라그룹이 인수·합병(M&A) 전문회사인 미국의 로스차일드사로부터 10억달러를 빌리는 대신 계열사 매각을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IMF 체제이후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라의 시도는 부실기업 정리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돼 주목된다.한라그룹의 금융부채 규모는 현재 4조2,000억원을 웃돌고 있어 이번에 들여올 10억달러로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라측은 이 돈을 제2금융권에서 빌린 채무를 갚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내용상 「극약 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대출금리가 12%로 다른 국내 대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적용받는 금리(연 9∼11%)에 비해 훨씬 높다. 또 알짜배기 계열사의 운명을 냉혹한 국제금융가의 처분에 맡겨 버린 것도 그러하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처한 현실에 비춰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한라측은 워낙 부채가 많아 계열사 매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어려워 당장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이다.

때마침 전경련은 23일 박태준(朴泰俊) 자민련 총재에게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여건이 어렵다며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부동산을 내놔도 팔리지 않고, 특별부가세(양도세) 면제 방침이 현장에선 시행되지 않으며, 은행의 협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주장은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핑계로 들릴 소지도 있으나 상당부분 현행 제도상의 미비점이 인정된다.

최근 미국 철강회사인 USX(US스틸)도 한보철강에 대해 인수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다우코닝사가 한국 투자를 시도하다 말레이시아로 발길을 돌려버린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여건이 미흡하면 빌미 잡히기 쉽다.

IMF 체제의 타개뿐 아니라 개방된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내외국인 모두가 기업활동에 애로를 느끼지 않도록 관련제도의 개혁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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