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침해 그만” 정치사찰 중단/MI5 방첩·반테러 정보주력/MI6 경제정보 등 對外 임무/요원수 줄이고 특권배제『국가를 지키고 안보정책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지원하십시오. 3∼4년 정도의 사회 경험자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됩니다』
영국 정보기관 MI5(정식명칭 SS·Security Service)가 지난해 처음으로 요원 공채광고를 냈다. 1909년 창설이래 88년간 지켜온 내부추천 관행을 깬 것이다. 다양한 전문가를 끌어 들이지 않고는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MI5의 공채광고는 자기변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가장 획기적인 변신은 국내정치 사찰중단 선언. MI5는 지난달 정치인과 급진주의자, 사회운동가에 대한 감시활동을 중단하고 방첩·반테러 정보수집에만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의 공작기록을 공개하고 첩보활동 과정에서 빚어진 사생활 침해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영국 정보집단은 「비밀의 왕국」으로 불린다. 핵심 조직은 MI5와 MI6(정식명칭 SIS·Security Intelligence Service). MI5는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국내정보 수집과 방첩, 대테러 공작을 전담하고 MI6는 해외부문을 담당한다. 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MI6소속.
MI5의 현인원은 1,850명. 2년만에 300명이 줄었다. MI6도 주요 영역이었던 대러시아 첩보활동을 크게 줄였고 아프리카에서도 일부 첩보망을 철수했다. 94년 2,303명이었던 요원도 감축추세에 있다.
그러나 인원을 줄이되 시대상황의 변화추세에 따라 새로운 활동영역이 편입됐다. MI6는 경제정보, 마약·조직범죄,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분야의 역량을 강화했다. MI5는 경찰의 몫이었던 뇌물, 조직범죄, 불법이민 문제까지 담당하게 됐다. 96년 의회는 「정보기관법」을 제정, MI5의 영역확대를 공식승인했다. 이 조직의 「암세포처럼 은밀한 잠입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영국의 정보기관 통제방법은 전통적으로 다른나라의 모델이 돼왔다. 해외정보수집 기능과 국내보안수사 기능의 분리, 각 기관의 정보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합동정보국(JIB) 창설 등이 그 예다.
또 탈정치성을 보장하고 특권과 집행권을 배제함으로써 정보기관이 권력기관화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MI5 요원들은 경찰이 갖고 있는 특별체포권도, 무단 가택수색권도 없다. 그들은 단지 「평범한 시민」으로 규정되고 있다.
◎MI5 첫 여성국장 역임 스텔라 리밍턴/관례깨고 얼굴·신원 첫 공개/퇴임후엔 기업체 간부 활약
MI5 국장의 암호명은 「K」. 음침한 인상을 풍기던 MI5는 92년 2월 여성이 K에 임명되면서 분위기가 일신됐다. 주인공은 스텔라 리밍턴(63).
리밍턴 국장임명은 MI5의 변화를 한마디로 말해준다. 사상 첫 여성 총수, 조직을 대외에 공개한 첫 국장, 얼굴과 신원을 언론에 공개한 첫 국장 등. 93년 7월 미모의 리밍턴 국장이 마이클 하워드 내무장관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을 때 사진기자들은 아우성을 쳤다. 물론 변화가 리밍턴의 재량에 따른 것 만은 아니다. 시대변화에 맞춰 공개행정을 강조한 존 메이저 당시 총리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리밍턴 국장의 개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퇴임후 그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그는 거대 유통체인인 막스 앤드 스펜서와 영국가스회사의 비상임 이사로 일하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 암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공개활동을 꺼리던 MI5 전직 총수의 전통을 깨고 양지로 나온 것이다.
리밍턴은 에든버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69년 MI5에 첫발을 내디뎠다. 주로 테러 및 정부전복 방지 업무를 맡았다. MI5내 여성요원은 전체의 40%정도. 리밍턴과 MI5는 정보기관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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